[베스트중견의사]정신질환/서울대 신경정신과 권준수교수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26분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42)는 트렌치 코트가 잘 어울린다. 그를 처음 만난 사람은 의사라기보다는 작가(作家) 이미지가 풍긴다고 말한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술자리가 잦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부드러운 인상 때문에 어딘지 빈 틈이 있어 보이는 점도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학문에 있어서는 빈 틈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국내 정신과 의사 중 뇌 영상학 분야에 있어서 단연 ‘선두 주자’다.

권 교수는 96∼98년 미국 하버드대 방문교수 시절 뇌의 각종 이상을 양전자단층촬영(PE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으로 분석하는 분야에 몰두했고 98년 귀국해서도 이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 국민 1%가 정신분열병 앓아

권 교수는 99년 말 정신분열병 환자와 일반인의 뇌파를 측정, 뇌 신경회로의 고장으로 감각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정신분열병이 온다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그는 또 비슷한 무렵 뇌의 편평측두엽에 문제가 있으면 정신분열병 환자에게서 언어 이상이 생긴다는 것도 밝혀냈다. 두 연구 결과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정신과 학술지인 ‘일반정신의학지’에 각각 게재돼 호평을 받았다.

그는 현재 무려 4개의 겸임 교수 직을 맡고 있다.

정신과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의학교육실과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 뇌과학 협동과정을 겸임하고 있는 것.

-정신분열병은 왜 생기나?

“국내 인구 100명 중 1명은 정신분열병 환자다. 이전에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 등을 원인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뇌의 병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유전적으로 정신분열병이 생기기 쉬운 사람이 대인관계의 충격, 외상, 감염 등 환경적 원인에 의해 병을 얻는 것이다.”

-정신분열병은 치료가 가능한가?

“옛날에는 약을 먹으면 몸이 뻣뻣해지고 침이 흐른다든가 눈이 풀리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처방되는 올라자핀, 리스페리돈, 세로킬 등 치료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으면 뇌의 손상을 그만큼 막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정신분열병 가족력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기억력 집중력 등 인지(認知)기능을 테스트해 발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소량의 약을 복용시켜 예방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정신 분열병의 증세는?

“누군가 말수가 갑자기 줄거나, 방에만 쳐박혀 있다든지, 또는 밤에 잠을 안자고 의자에 앉아 멍하니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등 평소와 행동이 바뀌면 일단 의심해 볼 수 있다. 환자는 과거의 자신과 다른 느낌이 든다고 주위에 얘기하곤 한다. 정신분열증에는 환청, 망상 등 ‘양성 증상’과 남을 만나기 싫어하고 말이 없어지며 감정이 메마르는 ‘음성 증세’가 있다. 양성 증세 환자는 ‘정보기관이 나를 감시한다’ ‘우주인이 나를 죽이려 한다’ 는등 횡설수설하기도 하는데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음성 증세보다는 치료가 쉽다.”

-강박장애는 어떤 병인가?

“불안장애의 하나다. 생각하려 하지 않는데도 어떤 생각이 떠올라 불안하고 이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행동을 되풀이한다. 수시로 손을 씻거나 샤워하는 것, 문을 잠그고도 안심이 안돼 수시로 점검하는 것, 정리정돈이 안 돼 있으면 불안해지는 것 등이 대표적 증세다. 과학자들은 최근 이 병이 안구 위 쪽에 있는 뇌의 안와전두엽(눈구멍이마엽)이 과잉 활성화되면 생긴다는 점을 밝혀냈다.”

-강박장애도 치료가 가능한가?

“프로작 졸로푸트 플루복사민 세로자트 등 약을 먹으면 환자의 70∼80%가 증세 완화 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단, 몇 달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효과가 나므로 조급하게 약을 끊으면 안된다. 이와 함께 환자가 스스로 강박적 생각이 나도 손을 안씻거나 문 잠금장치를 확인하지 않는 등 행동을 참는 ‘인지 행동적 접근’을 해야 한다.”

◇ 강박-성격장애 꾸준한 치료를

-최근 여고생이 과외비를 대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는 등 엽기적인 일이 잦은데 한국인의 정신 세계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그 학생은 충동적 성격장애로 보인다. 성격장애는 자신은 고통을 느끼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정신 질환이다. 여고생을 유인해 살인을 유도한 과외 선생 역시 반사회적 성격장애 환자로 보인다. 청소년 사이에서 깡패를 우상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의 깡패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다. 이런 성격장애 환자가 우상이 되는 사회는 정신적으로 불건전한 사회다.”

-정신세계가 건전해지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는 너무 불안정하다. 이 때문에 늘 스트레스가 넘치는 강박적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은 국민이 안정감을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법을 지켜도 손해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인은 일을 즐기는 생활을 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느긋한 자세로 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일 때문에 지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녀와 어울려 어린애같이 놀아야 한다. 혹은 편한 친구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갖는 등 각기 취향에 맞는 고유한 방법으로 억눌린 ‘이드(Id·본능)’을 풀어줘야 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어떻게 뽑았나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가 정신 질환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5개 의대의 정신과 및 신경정신과 교수 60명에게 △가족 중 정신과 질환이 생기면 맡기고 싶고 △치료와 연구 실적이 뛰어난 △50세 이하의 의사를 5명씩 추천하도록 해 종합 집계한 결과다.

서울대병원의 김용식(정신분열), 조맹제 교수(노인정신)와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고경봉 교수(정신신체장애), 영동세브란스병원 이홍식 교수(정신분열, 스트레스 장애),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노경선 교수(소아정신) 등도 많은 추천을 받았지만 이들은 50세를 넘겨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울대병원 류인균(우울증, 성격장애), 서울중앙병원 홍진표 교수(불안장애) 등 30대 후반의 젊은 교수도 고른 추천을 받았지만 이들은 현재 미국에서 연수 중이어서 국내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서 불가피하게 제외했음을 밝혀둔다.

한편 ‘수면의학의 대가’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정도언 교수도 상당수 추천을 받았는데 만 나이가 50세로 많은 의사들이 50세가 넘은 것으로 알고 추천을 적게 해 순위가 처진 것으로 추정된다.

소속 병원별 점수를 집계한 결과 1위는 서울대병원이었으며 이어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순이었다.

◆ 정신질환 부문 베스트 중견의사

이름

소 속

세부 전공

권준수

서울대

정신분열, 강박장애

김창윤

울산대 서울중앙

정신분열

하규섭

서울대

우울증

이민수

고려대 안암

우울증

강웅구

서울대

약물 중독

전우택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우울증

안동현

한양대

소아 정신

유범희

성균관대 삼성서울

불안장애

박원명

가톨릭대 성모

기분장애

반건호

경희대

소아 정신

남궁기

연세대 광주세브란스

알코올 중독

오병훈

연세대 광주세브란스

노인 정신

서국희

한림대 한강성심

노인 정신

김도관

성균관대 삼성서울

노인 정신

정도언

서울대

수면 장애

김 린

고려대 안암

수면 장애

한창환

한림대 강동성심

정신 지체

이영호

인제대 서울백

식이 장애

김영훈

인제대 부산백

치매 및 노인 정신 질환

이영문

아주대

정신분열

송지영

경희대

정신 신체 장애

최영희

인제대 서울백

공황장애

기선완

건양대

알코올 중독

김철응

인하대

정신분열

정인원

충북대

정신분열

오강섭

성균관대 강북삼성

불안장애

정문용

한국보훈병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윤진상

전남대

정신분열 불면증

신의진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소아 정신

이영식

중앙대 용산

소아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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