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농산물 대립' 격화…수입국-수출국 정면 충돌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9시 15분


농업문제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 중심의 비교역적 관심사항(NTC)그룹과 미국과 호주 브라질 등 농산물 수출국 중심의 케언스그룹이 각료 선언문 초안에 대해 서로 불만을 표시하며 세를 과시하는 등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지금까지는 NTC그룹의 목소리보다 케언스그룹의 논리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협상 참가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황두연(黃斗淵)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은 각료 선언문 초안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우려하고 있다”며 “다수 국가에서 농업의 자유화는 정치적으로 민감하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속적(점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대표단 교체 수석대표인 김동근(金東根) 농림부차관도 이날 J B 펜 미국 농무부 차관을 만나 대폭적으로 시장을 개방하면 농민 반발이 우려되는 등 매우 민감한 한국 농업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은 10일에는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등과 함께 농업이 지닌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개발 등 비교역적 기능에 관심을 가진 40개국을 공동 초청한 뒤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NTC는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에도 중요한 사항”이라며 “각 국의 생산 여건과 역사, 문화적 배경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농업이 공존해야 하며 이를 무시하는 획일적인 접근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과 케언스그룹 16개국은 WTO 체제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내 보조 및 수출 보조 등을 대폭적이고 실질적으로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각료 선언문 초안에 명시된 농업 부문의 수출국 및 수입국에 대한 균형을 어느 한쪽에서 깨려할 경우 원점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초안을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케언스그룹의 리더인 호주는 농업의 NTC가 ‘농업개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쳐야 하고 국내보조, 수출보조, 시장개방 등 세 가지 협상 목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질랜드는 한국과의 양자협상에서 쌀 재고량이 1000만섬을 넘는 상태에서 식량안보 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점진적 개방을 요구한 한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도하(카타르)〓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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