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자문회사? 알아보고 돈 맡기자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39분


증권투자에서 재미를 못본 주부 이모씨(32). 3월초 “전문가에게 맡겨보자”는 생각으로 평소 투자를 할 때 참고했던 인터넷 증권정보제공 업체에 3000만원을 맡겼다. 최근 수익은커녕 원금마저 크게 손해 본 것을 알게 된 이씨는 금융감독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했다. 그러나 답변은 “유사 투자자문업체에 증권투자를 맡기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최근 전화나 인터넷으로 증권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투자정보제공업체(법률용어로 유사투자자문회사)가 난립하면서 이들 업체가 불법적으로 투자자의 돈을 맡아 투자를 하다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일반인들이 ‘투자자문회사’와 ‘유사 투자자문회사’를 구별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

유사투자자문회사는 인터넷이나 전화로 많은 투자자들에게 같은 내용의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투자정보제공업체. 금감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회사는 개인 106곳, 법인 103곳 등 모두 209개 업체. 이들 업체의 수익원은 회원 가입료나 ARS서비스를 통해 받는 수수료가 대부분. 수십만명의 회원을 가진 곳도 있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업체가 투자자문회사의 영역, 즉 1 대 1 투자정보제공이나 투자자의 돈을 받아 투자수익을 나눠 갖는 등 불법행위를 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확정수익률을 보장하면서 돈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 투자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투자자문회사와 비슷한 상호를 쓰는 곳도 많다. 금년 들어 금감원이 투자자의 피해신고를 받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곳만 10여곳이 넘는다.

현재 69곳에 이르는 투자자문회사는 자본금 5억원 이상의 주식회사로 금감원에 등록을 하고 투자자에게 각기 맞는 투자정보를 제공해 수수료를 받거나 투자자와 계약서를 작성한 뒤 주식, 채권,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한 후 수익을 투자자와 나눠 갖는다.

투자자문에만 응하는 업체는 영업보증예탁금 5000만원, 투자까지 겸임하는 업체는 1억원을 금융당국에 예치해두기 때문에 회사의 불법행위로 투자자가 피해를 볼 경우 투자자는 금감원의 판단을 거쳐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사투자자문회사에 돈을 맡겼다가 손해를 봤을 경우에는 피해를 구제 받을 길이 없다. 법률적으로는 민사소송을 통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금을 받은 투자자는 아직 없다.

신해용(申海容)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유사투자자문회사는 금융당국이 검사, 제재, 퇴출권한이 없어 사실상 제도권 밖에 있다”며 “이들 업체에 돈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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