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세수가 늘고 땅주인들의 민원이 폭주하더라도 러브호텔을 허가해 줄 곳이 있고 그래서는 안 되는 곳이 있다. 학교 인근에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숙박시설을 세울 수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거지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상업지역에 세워지는 숙박 및 위락 시설이다. 상업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숲이나 건물 등 은폐물이 없는 상태에서 러브호텔이 들어서 아파트와 마주보고 있으면 자녀를 둔 주민들이 보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이루 헤아리기가 어렵다.
작년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러브호텔이 10개나 집단으로 들어서 이 일대 주민들이 시장 퇴진 운동을 벌인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고양시는 상업지역 지주들의 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주민들이 아파트 값 하락으로 입은 재산상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서울시가 7일 주거지역과 인접한 상업지역의 숙박 및 위락시설 건축허가와 관련해 만든 조례안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참고삼을 만하다. 서울시 조례안은 주거지역 50m 이내에서는 숙박 및 위락시설을 일절 짓지 못하고 200m 이내에서 민원이 제기되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일산신도시에서 작년 소동 이후 1년 사이에 러브호텔이 16곳에서 29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니 고양시는 주민들의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한 건설업자가 법원 검찰 사법연수원 등이 들어서는 장항동 일대에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호텔과 대형 유흥업소를 슬쩍 끼워 넣은 모양이다. 문화라는 이름을 빌린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계획안은 현재 고양시 건축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최종 건축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각종 인허가 권한을 지닌 시장 군수 구청장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재정 수입의 증대 또는 개발보다는 주민들의 쾌적한 생활 환경을 보전해주는 일이다. 주민들이 이렇게 무시당하는 것은 시장 군수 구청장을 뽑는 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내년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서는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 수 있는 인물을 골라 표를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