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파트촌 러브호텔 막을 길 없나

  • 입력 2001년 11월 7일 19시 39분


도시고 농촌이고 교통 좋고 풍광이 그럴듯한 곳이면 늘어나느니 러브호텔이다. 소위 러브호텔은 하룻밤 묵고 가는 숙박객이 거의 없고 잠깐 쉬었다 가는 손님이 많아 객실 회전율이 높으므로 허가를 받아 짓기만 하면 돈벌이가 되는 모양이다.

아무리 세수가 늘고 땅주인들의 민원이 폭주하더라도 러브호텔을 허가해 줄 곳이 있고 그래서는 안 되는 곳이 있다. 학교 인근에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숙박시설을 세울 수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거지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상업지역에 세워지는 숙박 및 위락 시설이다. 상업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숲이나 건물 등 은폐물이 없는 상태에서 러브호텔이 들어서 아파트와 마주보고 있으면 자녀를 둔 주민들이 보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이루 헤아리기가 어렵다.

작년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러브호텔이 10개나 집단으로 들어서 이 일대 주민들이 시장 퇴진 운동을 벌인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고양시는 상업지역 지주들의 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주민들이 아파트 값 하락으로 입은 재산상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서울시가 7일 주거지역과 인접한 상업지역의 숙박 및 위락시설 건축허가와 관련해 만든 조례안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참고삼을 만하다. 서울시 조례안은 주거지역 50m 이내에서는 숙박 및 위락시설을 일절 짓지 못하고 200m 이내에서 민원이 제기되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일산신도시에서 작년 소동 이후 1년 사이에 러브호텔이 16곳에서 29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니 고양시는 주민들의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한 건설업자가 법원 검찰 사법연수원 등이 들어서는 장항동 일대에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호텔과 대형 유흥업소를 슬쩍 끼워 넣은 모양이다. 문화라는 이름을 빌린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계획안은 현재 고양시 건축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최종 건축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각종 인허가 권한을 지닌 시장 군수 구청장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재정 수입의 증대 또는 개발보다는 주민들의 쾌적한 생활 환경을 보전해주는 일이다. 주민들이 이렇게 무시당하는 것은 시장 군수 구청장을 뽑는 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내년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서는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 수 있는 인물을 골라 표를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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