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김경일교수 '나는 오랑캐가 그립다' 출간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1분


2년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저서로 논란을 일으켰던 상명대 김경일 교수(중어중문학·43)가 ‘나는 오랑캐가 그립다’(바다출판사)라는 새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이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오랑캐 정신’을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21세기라는 거대함 앞에 선 한국은 모든 문화적 정치적 허황됨을 버려야 한다”면서 “그 대신 변방 국가로서 ‘오랑캐 정신’을 내세워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오랑캐 정신’이란 ‘거대한 힘의 곁에서 살아남은 변방 문화의 에너지’이고 ‘거대함 곁에 있지만 결코 주눅들지 않으며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갖춘 힘’이다.

1999년 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통해 김 교수가 도전적인 유교문화 비판에 나섰을 때 김 교수는 지식인 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호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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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논쟁 과정에서 스스로 부담스러워 했던 그는 그해 여름 미국 워싱턴대에 방문교수로 떠났다. 미국에 머문 지난 2년 동안 그는 자신의 전공인 동아시아 고대 문자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상당 기간을 이 책을 집필하는 데 썼다.

지난 8월 귀국한 그는 이 책을 펴낸 취지에 대해 “우리 민족은 강대국 틈새에서 21세기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할 시점인데도 민족주의적 우월감, 문화적 우월감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다”면서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위해서 또 한번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그는 “우리 민족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으며 중원과 러시아, 한반도 일대에서 자신들의 삶을 마음껏 펼쳤던 변방 오랑캐들의 문화적 혈통적 아들”이라고 주장했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오랑캐들의 생존술인 ‘다문화’와 ‘이중 언어’라는 것이다. 한민족의 문화에 대한 그릇된 자존심을 버리고 다문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자는 그의 주장은 영어 공용화에 대한 적극적인 찬동으로 이어진다.

한반도의 경계를 넘나드는 뛰어난 담판가나 전략가, 장사꾼들을 길러내려면 한 나라가 두 세 개의 문화나 언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가 한국어를 죽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말에는 타 언어들이 들어와 실제로 단어 겸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문화와 한국어의 자존심을 포기한다면 한국인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겠냐는 질문에 대해, “정체성이란 사람의 삶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고 사회를 힘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지, 정체성을 정해 두고 이에 맞추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변방 오랑캐의 정신으로 21세기를 승부하자는 김 교수의 이번 주장도 이전의 저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처럼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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