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서민 울리는 프랜차이즈 사기]"체인점 열었는데 불법영업이라니"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46분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PC방 비슷한’ 점포를 운영하는 허모씨(44)는 요즘 한숨만 나온다. 올 4월 일간지 광고를 보고 어느 프랜차이즈업체(체인점)에 가맹했다가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기 때문.

신개념 ‘PC방’으로 개인사업자를 위한 소호(SOHO)사무실과 학습방 기능까지 있다는 그럴듯한 광고에 속아 가맹비 300만원을 내고 1억여원의 빚까지 얻어 가게를 열었으나 곧 황당한 일이 꼬리를 물었다. 공사 비용을 가로채는 등 이상한 행태가 이어지더니 마침내 한 달 뒤 불법 개업으로 경찰 단속에 걸렸다.

허씨는 “본부에서는 법규 위반인 줄 몰랐다고 발뺌한다”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자를 모집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전 중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운영하는 이모씨(41)는 올 4월 상권 보장 약속을 어기고 불과 700m 거리에 같은 치킨점을 내준 가맹본부 때문에 울상이다. 이씨는 현재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정 다툼을 준비중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농산물 판매 체인점을 낸 윤모씨(49)는 물건을 제때 공급하지 않거나 훼손된 물건을 공급하는 본부측에 여러 번 항의하다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윤씨는 “본사에 계속 항의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울먹였다.

▽사기성 프랜차이즈 난립〓문제는 ‘가짜 프랜차이즈 업체’의 난립. 사업 노하우는 물론 사업 의사도 없으면서 가맹비와 공사비만 챙겨 사라지는 악덕 업체들이 적지 않다.

적은 돈으로 창업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프랜차이즈는 매년 30∼40%씩 시장 규모가 커지는 추세. 이에 따라 김밥집, 약국, 쌀가게, 교육사업 등 모든 영역에서 각종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면서 사기성 업체들이 덩달아 늘어난 것.

한국유통학회 변명식(邊命植·장안대 유통경영학과 교수) 부회장은 “조금만 안 되면 부도를 내고 사라지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15∼20% 정도 될 것”이라며 “현재 가맹점 수만 해도 15만∼16만개로 추산되는 만큼 알려지지 않은 피해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 양승근(梁承根) 상담사는 “사업자등록만 하면 쉽게 프랜차이즈를 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한 전문적인 ‘꾼’들이 있다”고 밝혔다.

▽대책은?〓최근 중소기업청이 외식업 프랜차이즈 20개 본부를 조사한 결과 표준약관에 따라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한 본부는 45%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건실한 업체마저 표준약관 사용률이 이 정도라면 나머지 업체들의 수준은 불문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맹본부의 재무 정보 등 주요 사항 공개 △협회에 의무적 등록 등 제도적 보완 △창업자를 위한 체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李京姬) 소장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주무 부서를 정하고 종합적인 프랜차이즈업 육성 및 관리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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