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우리 아파트자랑]전상표 현진종건 회장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3분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로 진출한 주택업체가 적지 않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의 주택 수요가 빠르게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지방업체가 수도권 시장을 공략하기는 만만치 않다. 대형 업체의 브랜드 파워에 눌려 주눅이 들기도 한다. 1989년 강원 강릉시에서 서울로 본사를 옮긴 현진종합건설 전상표(全相杓·56·사진)회장은 좀 다르다.

“품질과 신용으로 대형 업체와 겨뤄보고 싶습니다. 결국 수요자가 판단할 것입니다.”

전 회장의 자신감은 좋은 자재와 상품 차별화에서 출발한다. 그는 업계에서는 드문 건축자재상 출신. 1969년부터 15년간 강원도에서 가장 큰 건축자재 유통업체를 운영했다. 덕분에 자재를 고르고 가져오는 안목은 일가견이 있다.

전회장은 “품질을 높이려면 제 때 좋은 자재를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브랜드에서 밀리면 돈을 더 들여서라도 품질을 높이면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 회사가 수도권에 지은 임대아파트는 1층 현관이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다. 담장도 벽돌 대신 돌과 기와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 때도 분양률이 97%를 웃돌았을 정도.

현진종합건설은 수도권에 진출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11월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한다. 10차 동시분양에 선보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 현진 에버빌’이다. 전 회장은 이번 분양에서 그 동안 쌓은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한 층의 높이를 일반 아파트보다 10㎝ 늘린 것이 눈에 띈다. 분양할 가구 수가 줄어들어 손해지만 입주자는 더욱 여유있는 실내를 가질 수 있다. 그는 도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통장이나 도장 등을 직원에게 맡겨두고 본인은 말로 지시를 한다. “내가 믿음을 주면 상대도 나를 믿어준다”는 그는 “직원과 고객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회장은 늘 일감이 널려 있다고 말한다. 일거리가 줄어 안달인 건설업계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나는 아직 청년”이라는 그의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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