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한장의 사진미학' 펴낸 진동선씨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57분


“이 세상의 모든 사진은 다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도 버릴 게 없죠.”

국내에서 보기드문 사진미학 책인 ‘한장의 사진미학’(사진예술사)을 쓴 진동선씨(39). 어려운 책을 쓴 평론가 치고는 소박한 화두부터 꺼내기에 말뜻을 재차 물었다.

“제가 IMF 직후 노동부 산하 실직자 교육프로그램에서 사진을 강의할 때 한 20대 여성이 여자 중학생들을 찍어왔더라구요. 교통사고로 죽은 여동생이 그리워서 찍었다는 거예요. 물론 구도나 핀트 등이 맞진 않았지만 그만큼 절절한 사진이 또 어디있겠습니까. 사진 미학은 형식 구도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사진에 담긴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사진의 ‘사촌’이 미술이 아니라 문학이라고 주장한다. 한 컷에 담긴 무수한 사연은 문학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그의 애독서도 사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시간을 다룬 문학책. 이청준 신경숙 안도현 구효서 윤대녕씨의 소설 등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사진 형식의 미학을 다룬 1부에선 난해한 철학 용어부터 사진을 미학적,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들레즈, 롤랑 바르트 등의 얘기를 인용한 부분이 책 읽는 속도를 크게 늦춘다. 사진 내용의 미학을 다룬 2부, 사진과 사진 밖의 세계를 담은 3부로 갈수록 점점 내용이 쉬워지는 편.

“사진미학 관련서를 국내에서 거의 처음내다 보니까 제가 욕심을 냈어요. 전문가부터 일반인까지 모두 읽을 수 있게 한거죠.”

책에 소개된 30여장의 사진은 절반 이상이 무명 작가의 작품이다.

“오고 가다 본 사진 중 제가 빠져든 사진, 그리고 책의 내용에 맞는 사진을 고르다 보니 작가의 명성까진 고려하지 못했네요.”

그는 사진학과 출신이 아니다. 사진은 취미였으나 어느 순간 ‘사진이 바로 내 길’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면서 28세 되던 90년 홍익대 대학원에 들어가 사진을 전공했다. 대학원 졸업후 잠시 사진작가 생활을 하다가 미국 위스콘신대와 뉴욕대에서 유학하며 사진평론으로 진로를 바꿨다. 99년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을 지낸 그는 현재 중앙대 한성대 강사를 하면서 서울 인사동에서 사진전문 화랑인 ‘하우아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사진 작품을 판매하는 일도 한다.

작품 축에 속하는 사진은 약 50만원에서 150만원선 정도.

“평론가가 작품 판매에 개입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미국에선 미술품 거래량의 60%가 사진일 정도입니다. 저는 국내에서도 신뢰를 갖고 사진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을 정착시키고 싶을 뿐입니다. 예술도 빵없이는 하기 힘든 것 아닙니까.”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