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민웅/무박 산행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8시 29분


‘무박 산행’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필자는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했다. 밝은 대낮을 두고 굳이 밤중에 잠도 자지 않고 손전등을 켜고 산에 오를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지금은 필자가 정신나간 사람이 되어 있다. 한 달이면 못해도 2번은 무박(無泊) 산행에 나선다. 힘은 들지만 거역할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산악회를 이용해 ‘무박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토요일 밤 10시 동대문 종합시장 주차장을 출발한다. 전세 산행버스는 대체로 일요일 오전 3시를 전후하여 산행 기점에 도착하는데 달리는 버스 안에서 1박 아닌 1박을 한다. 가는 도중 등산 대장의 안내방송, 회비 걷기(3만원 정도), 동료 등산객들의 소음 때문에 여간 신경이 굵지 않으면 2시간 이상 눈 붙이기가 어렵다.

▷필자가 무박 산행을 이용해 다녀온 산들은 산행 시간이 최소 7∼8시간 이상 걸리는 설악산 지리산과 같은 큰 산이나 백두대간 구간별 종주 산행, 그리고 산행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아도 서울에서 거리가 아주 먼 경남 전남 지역에 있는 산들이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산행을 시작하여 보통 10시간, 때로는 13∼14시간씩 험한 산길을 걸을 수 있는 활력이 어디서 솟아나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청정한 산의 정기가 몸에 스며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믿고 있다.

▷무박 산행을 처음 했을 때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밝게 빛나는 별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기가 그만큼 맑았던 까닭이다. 설악산 대청봉, 소백산 비로봉의 그 엄청난 강풍도 잊을 수 없다.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였다.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분들은 특히 그 곳 겨울의 칼바람을 한번 쐬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건강을 다지고,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자연을 완상하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하산 후 동동주 한 잔으로 ‘기분 좋은 피로’를 푸는 맛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www.sanak114.co.kr나 www.kmla.co.kr에 접속하면 당일치기 산행과 무박 산행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민웅 객원논설위원

(한양대 신방과 교수)

minw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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