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금감원 주가조작 조사 시장반응

  • 입력 2001년 10월 3일 18시 50분


금융감독원이 3일 워크아웃 기업, 해외 전환사채(CB), 실권주 배정을 둘러싼 주가조작 조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작전세력을 조사하면 투자의욕이 떨어지는데) 왜 지금 이런 악재를 내느냐”고 볼멘소리였고, 다른 쪽은 “만시지탄(晩時之歎)격이지만 지금이라도 뿌리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대 주가조작 테마〓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검찰이 밝혀낸 지앤지(G&G) 회장 이용호씨의 범죄사실에 3대 테마가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 G&G 구조조정전문이란 회사를 차려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해외 CB를 부정하게 발행해 주가조작 자금을 끌어모으거나, 실권주 제3자 배정을 통해 특정인에게 주식을 몰아줬다.

실제로 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보는 감독당국의 눈길은 차갑기만 하다. 감독당국은 CRC가 구조조정중인 기업의 증자, 외자유치, CB 발행 등에 관여해 검은 자금이 시세차익을 얻고 시장을 빠져나간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CRC가 구조조정보다는 ‘합법적인 주가조작 통로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사기성 해외 CB 발행은 새삼스럽게 문제삼기엔 이미 고전(古典)이 돼 버린 사안.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외국인투자자를 가장해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뒤 편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주가관리’를 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이 밖에 실권주 제3자 배정도 요주의 대상이다.

▽실효성 있을까〓H증권 여의도지점 김모 과장은 “이 같은 3대 테마는 이미 6개월∼1년 전에 지나간 사안”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다른 H증권 본점 영업부 김모 과장도 “금감원이 8월 허수주문 집중단속 실적을 발표했지만 정작 ‘허수주문’이 판을 친 것은 99년의 일”이라며 “요새는 개인투자자도 경험이 쌓여서 웬만한 허수주문엔 속지도 않는다”며 ‘뒷북조사’를 꼬집었다.

또 S증권 관계자는 ‘투기성 심리’가 한국증시를 떠받쳐 준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갑작스러운 조사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가 500선 밑으로 떨어진 마당에 대대적인 주가조작 조사를 하면 투자의식이 떨어진다”며 현실론을 앞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쪽도 적지 않았다.

경력 13년차의 한 브로커는 “이왕 하려면 속전속결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완전범죄에 실패한 ‘얼치기 조작꾼’만 잡아들이지 말고 진짜 ‘조작세력’을 잡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브로커는 또 “워크아웃 기업이 ‘우량기업과 합병한다’는 공시(公示)를 냈다가 주가가 오른 시점에서 ‘합병 불발’ 공시를 내더라도 가벼운 징계만 받도록 돼 있어 주가조작이 판을 친다”며 “공시제도 개선 등 제도적 변화 없이는 주가조작 조사는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고 주문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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