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이 타도의 대상인가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35분


최근 언론사태의 와중에서 나타나는 걱정스러운 현상 중 하나는 일부 시민단체나 사회운동가들이 특정 언론을 타도(打倒)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정권의 언론개혁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며 비판적 논조의 신문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한 사례는 이들의 그 같은 인식을 극명히 보여준다. 한국언론재단이 6월말 언론 개혁에 동조하는 시민단체대표, 사회운동가, 일부 언론계 인사 등을 모아 개최한 ‘언론 개혁의 현실적 방안 모색을 위한 워크숍’에서 많은 참석자들이 특정 신문에 대한 적의(敵意)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언론운동의 방향과 관련해 “전화로 분노를 표시하고 윤전기에 타격을 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다른 참석자들도 “좋은 일을 하자는 것인데 좀 과격해지면 어떤가” “3개신문 안보기운동을 더 구체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다” “총력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물론 이 중 한 사람은 “과거에는 윤전기에 모래를 뿌리는 등 타격을 가하는 행동을 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그런 방법으로 할 수는 없다. 피해자들이 집단적으로 전화를 해서 언론에 충격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위야 어떻든 ‘윤전기 타격’과 같은 발언이 등장한 것을 보면 섬뜩한 느낌을 지워 버릴 수 없다. 언론 개혁을 하자는 사람들이 이처럼 과격한 발상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도(度)를 넘는 발언을 해가며 한쪽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독재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워크숍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에서 언론재단이 언론개혁운동의 조타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는 정권이 시민단체를 비판언론 길들이기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는 사안에 정부 산하기관이 그처럼 한쪽의 입장만을 두둔하는 일을 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이처럼 치우치다 보니 언론재단이 특정 신문을 깨기 위한 전투요원을 양성하는 곳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언론이란 타도나 길들이기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기본 재산이다. 현재 언론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 과연 이 같은 정신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국정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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