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국내시장 '세계차 각축장'으로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55분



대우자동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됨으로써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힘 겨루기 장(場)’으로 변하게 됐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는 현대차 기아차 GM-대우(가칭) 등 3강 업체와 중간 경쟁력의 르노삼성, 경쟁력이 약세인 쌍용차 대우부평차 등 2약 업체로 ‘3강 1중 2약’의 구도가 될 전망이다.

▽토종업체 대(對) 해외자본〓대우차 매각으로 유일한 토종세력이 된 현대 기아차는 세계 1위인 GM, 삼성차를 인수한 르노 등 쟁쟁한 외국 자동차 업체와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

일단 지난해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은 현대차 45.2%, 기아차 28.6%, 대우차 16.9%, 쌍용차 6.6%, 르노삼성차 1.9%. 대우차가 GM으로 넘어가더라도 현대 기아차와 쌍용차 등 토종업체의 점유율이 82.4%(삼성상용차 0.8% 제외)로 당분간 절대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차의 지분 10%를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가진 데다 쌍용차도 정상화된 뒤 해외매각이 추진되는 등 한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해외자본의 영향력은 갈수록 위력을 더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토종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면 첨단 마케팅 기법과 다양한 금융상품 등을 도입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뇌명 기아차 사장은 “GM이 대우차를 인수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이 경우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GM-대우차의 시장점유율이 97년 초의 33%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내년 초 중소형 SM3 모델을 내놓는 등 새 차종을 잇따라 투입, 시장점유율을 2003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GM과 르노가 국내 시장을 쉽사리 장악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측은 “GM은 대우차를 정상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르노도 당분간 SM5 한 차종에 매달려야 하므로 기반 구축에는 시일이 꽤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도 내수에서만은 기술력과 마케팅 어느 쪽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자동차 산업이 해외자본과 연결된 것은 ‘종속’과 ‘안전판 확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다”며 “부품산업 육성책과 자동차 산업의 종합적인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계 자동차 메이저의 입김 거세질 것〓세계 자동차 업계는 GM 포드 등 미국 업체들과 다임러 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피아트, 르노 등 유럽업체, 토요타 등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략 제휴 및 동맹관계가 맺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력 업체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는 중국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 이들 업체간 경쟁은 생존 차원에서 물러설 수 없는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슈렘프 다임러 크라이슬러 회장은 최근 방한해 “세계 자동차 업계는 향후 10년 내 5∼7개 업체만이 살아남을 정도로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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