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어두워진 경제전망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41분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당초 경제 당국은 올 하반기부터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각종 지표는 그것이 근거없는 낙관론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내년 상반기 중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어 앞날의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3·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제조업 업황 BSI는 76으로 전분기보다도 오히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것은 그렇다 해도 정부가 일관되게 회복을 호언해온 4·4분기의 BSI도 기준치인 100을 훨씬 밑도는 89로 나타나 적어도 올해 안에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각종 경제 정책의 기초로 삼았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성장률도 당초 4%이상에서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나라 살림은 더욱 궁핍해질 것이 확실시 된다. 심지어 다음 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민간연구소들의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경제가 외환위기 직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느냐는 걱정까지 들게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부적 요인에 의한 불황’ 혹은 ‘테러사태에 따른 최대의 경제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슬럼프에 빠져 있고 테러 및 보복전쟁으로 경기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우리 내부적 실책보다 외생 변수에서 불황의 원인을 찾는 것은 국민 전체의 상황 인식을 그릇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민간연구소들은 현재의 불황에서 외부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정도(반도체 컴퓨터의 경우)에 불과하고 더 큰 요인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상실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중국 홍콩 등 수출경쟁국들에 치여 우리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은 우리 정부의 수출 정책이 경쟁국 정부에 패배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 경기 탓만 하지말고 지금부터라도 정책의 중심을 기업경쟁력 향상에 두어야 한다. 노사문제 투자제한 등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은 정부의 1차적인 책무다. 아울러 기업의 동요를 막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그들의 불안감을 가장 확실하게 제거하고 싶다면 정부가 시장경제를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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