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현장-4]'단가에 맞는 식단' 컴퓨터가 척척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37분


삼성 에버랜드 소속으로 경력 6년째인 영양사 최영화씨(27). 요즘 ‘영양사에게 경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든다.

영양사의 경험과 노하우랄 수 있는 ‘단가에 맞는 메뉴 구성’을 두달전부터 사람 대신 기계가 척척 알아서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삼성 에버랜드 유통사업부는 95년 시작한 외식사업을 올해 들어 획기적으로 혁신했다. 구내 식당을 운영하는 많은 회사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한 끼당 식사단가를 정해 놓고 운영비가 초과되더라도 보조해주지 않는 단가제로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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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40% 수준인 단가제 계약사업장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 얼마만큼 단가에 맞춰 맛있는 식단을 짜느냐가 생존의 ‘화두’가 된 것이다.

영양사들은 보통 10일∼2개월 앞서 식단을 짜고 발주를 한다. 두달 뒤 식료품 재료의 가격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시세대로 예상해서 발주하기 마련. 요즘같이 채소류 육류 값이 자주 변하는 상황에서는 두달 뒤면 식재료 비용이 예상과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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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버랜드가 7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20%만이 예상단가를 ±10% 오차범위 안에서 제대로 예측하고 있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유통사업부가 도입한 것이 ‘단가 예측 정보제공 시스템’. 이 사업부 정운탁(鄭雲卓)차장은 “식재료는 단체급식에서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원가를 줄이려면 메뉴를 짤 때 미래의 단가를 정확히 예측해야 하고 같은 품목을 가장 싸게 사야 한다. 식재료의 경우 연중시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유통사업부의 바이어(물품구매담당자)들은 이에 따라 매달초 그달 중순 또는 그 다음달 가격결정을 위해 시장조사를 실시한 뒤 예측단가를 컴퓨터에 입력한다. 영양사는 바이어들이 넣어둔 예상 구입가를 기준으로 다음달 식단을 짜고 사전에 정해둔 원가를 넘는지 확인한다. 영양사들의 ‘직감’에 의해 식단을 짜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

원가를 초과한다면 메뉴를 재조정하고 적정원가면 메뉴로 등록한다. 등록된 메뉴를 바탕으로 식재료 소요량을 주문하며 이 때 최저가 검색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오이를 재료로 선택했다면 5∼6월에는 가장 싼 품종으로 ‘취청오이’가 추천된다. 양지머리(국 끓일 때 쓰이는 쇠고기)의 경우 미주산 호주산 국내 육우(일반 중등 고급) 등의 단가가 모두 뜬다.

영양사 최영화씨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원가 안에서 식단을 짤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며 “전에는 하루치 식단 짜는데 2시간 가량 걸렸지만 지금은 30분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올 연말까지 바이어들의 단가예측 능력을 현행 75% 수준에서 9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단가 오차율도 26%에서 13%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선의 서비스를 하면서 원가를 절감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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