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전한 상품을 만들 책임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31분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해 제조회사에 책임을 지운 판결이 나와 안전한 제품을 제조 판매할 기업의 책임을 다시 한번 깨우치고 확인해 주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소비자보호원에 2000건 가까운 민원이 접수될 만큼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수많은 첨단 부품이 들어가는 제품의 결함과 사고의 인과(因果) 관계를 입증하고 제조업체의 과실을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건설교통부마저도 3개 업체 12개 차종을 검사해 보고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을 법원이 뒤집었다는 점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큰 걸음을 내디딘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법관이 추정하는 사고 원인에 대해 제조회사가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의 판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이 판결에 대해 자동차 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2심에 올라가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예측하기 어렵고 사건마다 정황이 달라 법원과 소보원에 접수된 수많은 사건에 대해 일률적인 결론이 내려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법원과 하급심의 판례가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의 제조물 책임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경향은 분명하다.

선진국 기업들은 제조물책임법 때문에 제품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 간판을 내리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한국에서도 99년말 제조물책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 유예됐다가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제조물의 설계 제작공정 표시경고 잘못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소비자들의 입증 부담이 줄어들고 기업의 손해배상 범위가 확대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예측 가능했던 사고에 대한 경고나 대책을 세워놓지 않았다면 소비자의 경미한 과실에 의해 안전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즉 소비자의 오남용에 대해서까지 기업이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이 법 시행에 앞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제품은 설계를 변경하거나 생산을 중단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사고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법 제정 당시에는 기업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2년반의 준비기간을 거쳤으니 시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안전하지 못한 제품은 외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도 어렵고 기업을 재정적으로 파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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