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테러, 시험대에 선 한국 외교

  • 입력 2001년 9월 16일 19시 02분


오늘은 우리가 유엔에 가입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10년 전 오늘 세계적인 탈냉전 바람과 북방외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뤄진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은 우리 외교가 세계 무대에서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었다. 작년에 한국은 평화유지군(PKO) 분담금을 제외한 정규 분담금으로 1063만달러를 유엔에 내 세계 16위를 기록했고, 2002년에는 1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는 우리가 의장 국가로서 제56차 유엔총회를 주재하는 해이다. 마침 미국에서 미증유의 테러사태가 벌어진 시기에 유엔총회 의장국으로서 국제 사회의 협력을 이끌 중심 역할을 맡게 됐다. 일단 12일 유엔총회에서 ‘테러 규탄 결의안’ 채택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하지만, 한국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 무겁고 크다.

무엇보다 유엔총회 의장국으로서 반(反)인륜적인 테러행위에 반대하는 지구촌의 의지를 함께 모으는 일에 앞장서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보복전쟁’이 이슬람권의 새로운 원한을 사고 또 다른 테러 위험을 낳지 않도록 적절한 중재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테러사태는 우리 외교의 시험대이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유엔 가입 10주년은 우리 유엔 외교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과제를 재점검해볼 계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교역 규모 등 경제력 면에서 세계 13위 국가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 권리를 찾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외교가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성숙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제평화, 환경, 인권, 군축, 대량살상무기 억제 등 범세계적인 문제를 다루는 유엔외교의 경우 국익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 세계 중위권 국가로서 우리가 모든 문제에 관여하기는 어려운 만큼 우리와 이해관계가 있거나 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적으로 외교력을 집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對) 유엔외교의 성패는 앞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고 통일을 이루는 데에도 관건이 된다. 한반도 문제는 더 이상 남북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 문제화된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이 그동안 남북관계 진전에 매달리느라 주변 이해 당사국과의 입장 조율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반성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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