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테러 이후의 남북회담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31분


북측이 12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테러 비난 성명을 낸 데 이어 어제는 15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해’ 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9·11 테러 참사’를 겪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전쟁 수준의 보복’을 천명하고 나섰고, 이에 대해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이 겪은 테러 참사는 앞으로 북-미(北-美) 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당분간은 이번 사태 처리에 경황이 없을 것이고, ‘불량국가’인 북한에 대한 미 국민의 경계심도 한결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0월로 예정됐던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만큼 한반도 문제는 한동안 뒷전으로 밀려날 소지가 크다.

이런 상황에 북측이 테러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낸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이 ‘반(反) 테러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북측은 작년 10월 북-미 공동 코뮈니케에서도 “모든 국가와 개인에 대한 테러행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테러에 대한 모든 국제협약에 가입할 뜻을 밝혔다. 이번 기회에 북측이 다시 한번 테러에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가 개선되는 효과와 함께 앞으로 북-미 대화에도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마침 어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이번 남북회담에서 반테러 선언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외부세력이 미 본토에 연쇄 테러 공격을 가한 이번 사건은 앞으로 국제정치의 전반적인 구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한마디로 지금은 세계적 차원의 비상시국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엊그제 “범인들에 대해 사전경고 없이 군사적 응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따라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의 가능성에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이런 시국에 북측이 선택할 최선의 전략은 남북대화에 적극 임하는 것뿐이다. 남북대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북측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도 점차 해소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테러지원국의 멍에도 벗을 수 있다. 우리는 북측이 어제 장관급 회담에 적극 임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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