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영미 SF문학계 필독 고전 '듄 제1부 1~4권'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1분


◇ '듄 제1부 1∼4권'/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각권 280∼294쪽 7500원 황금가지

1989년의 일로 기억한다. 필자는 영국문화원 도서실에서 영화 ‘듄’(1984)의 비디오테이프를 처음 발견하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VCR앞에 앉아 감상을 시작했다. 이른바 컬트영화의 거장답게 데이빗 린치 감독은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생소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기존의 어떤 SF와도 달랐다.

☞ 도서 상세정보 보기 & 구매하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듄’의 영화화 시도는 70년대 중반에도 있었다. 당시 시각디자인은 H R 기거가 맡았고 감독은 알렉산드로 조도로프스키였지만 도중에 작업이 무산됐다고 한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이들의 공통점에 생각이 미칠 것이다. 기거는 나중에 ‘에일리언’의 무시무시한 외계인을 창조해 내는 등 그로테스크한 스타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화가이고, 조도로프스키는 1988년에 ‘성스러운 피’를 감독한 또 하나의 컬트영화 거장이다. 여기다 데이빗 린치까지. 도대체 원작이 어떤 작품이기에 이런 인물들이 줄줄이 손을 댔던 것일까?

프랭크 허버트의 대하장편소설 ‘듄’은 위에 열거한 인물들의 엽기(?)성향만으로 단순하게 재단할 수 없는, 심오하고 장대한 역작이다. ‘스타 워즈’가 청소년용 스페이스 오페라라면, ‘듄’은 성인들을 위한 고도의 지적 유희이다. 사막으로 뒤덮힌 ‘듄’이라는 행성을 주무대로 하여, 몇 만 년에 걸친 시간과 광대한 대우주를 배경으로 모험과 음모, 투쟁, 사랑, 배신, 복수, 그리고 구세주의 신화가 아라비아 전설의 변주곡같은 독특한 분위기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 놓인 것은 물과 스파이스라는 향료로 상징되는 인간과 자연의 생태학적 교감이다.

‘듄’의 첫번째 이야기는 1963년 SF잡지에 최초로 발표되었으며, 1부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1965년의 일이다. 작가는 이 책을 출간하기 전까지 10여 군데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는 쓰라린 경험을 했지만, 이 작품은 출간이후 주요 SF문학상을 석권하면서 곧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세계적으로 1000만부가 넘게 팔렸다. 오늘날 영미문화권의 SF문학계에서는 최고의 대하소설로 허버트의 ‘듄’과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두 편을 주저없이 꼽는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판 ‘듄’은 제 1부인데, 출판사에서는 6부까지 이어지는 후속편도 모두 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90년대 초반 저작권 계약없이 번역판이 잠시 나오다가 중단되어 무척 아쉬워했던 SF팬들로서는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박 상 준(SF칼럼니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