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세계화 그늘선 국제범죄만 쑥쑥"

  • 입력 2001년 9월 5일 19시 01분


동유럽에서는 밀수꾼들이 발칸제국을 거쳐 여자들을 성노예로 팔아 넘긴다. 러시아인들은 자그마한 남태평양 섬들의 은행을 통해 돈을 세탁한다. 콜롬비아의 마약 거물들은 미국으로 코카인을 보내기 위해 구소련제 잠수함을 사들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재력을 갖고 있다.

구소련이 붕괴한 후 10년 동안 이러한 국제적 범죄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범죄의 세계화는 공산주의 붕괴의 논리적 결과임이 분명하다.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과 구소련은 부도덕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나자 부도덕한 방법을 실천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강화할 방법을 찾게 되었다. 구 소련과 발칸 제국의 기관원들이 갱단의 일원이나 돈세탁업자로 변신한 것은 흔한 예일 뿐이다.

물론 관리와 범죄자가 한통속이 되는 것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소련처럼 엄청난 군비를 갖춘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공산주의가 붕괴한 후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구 소련제국들과의 관계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비우호적인 국가나 테러리스트, 또는 범죄조직 등에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데 커다란 노력을 기울였다.

냉전의 종식은 국제적 범죄의 증가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개방적인 세계경제를 목표로 각종 장벽이 낮춰지면서 세계는 돈이 더욱 쉽게 옮아다닐 수 있는 일종의 카지노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현재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커다란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약한 나라를 압도할 정도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범죄자들과 대적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이런 범죄자들이 지닌 힘을 미국 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협으로 꼽고 있다.

‘범죄 동무:러시아의 새로운 마피아’라는 책의 저자인 스티븐 핸델먼은 공산주의가 죽어가던 시기에 범죄조직들이 “정부가 남기고 간 빈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즉시 서구 범죄조직들과 프라하, 부다페스트, 빈, 베를린 등지에서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했지만 행동으로 나설 힘은 거의 없었다. 매끈한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고 도망치는 돈 많은 범죄자들을 낡아빠진 동유럽제 세단을 탄 가난한 경찰이 쫓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보고서는 이 세계적인 범죄자들의 재력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암시하고 있다. 우선 마약거래는 연간 1000억∼3000억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신매매 범죄의 규모는 70억달러이다. 게다가 부패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매년 5000억달러, 즉 세계경제의 1%에 달한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이제야 이런 국제적인 범죄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단계일 뿐이다. 스웨덴의 토마스 보드스트롬 법무장관은 사라예보에서 18번이나 인신매매를 당했다는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면서 사실상 유럽에서 노예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누가 누구를 얼마나 많이 팔아 넘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1/08/26/weekinreview/26SMA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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