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이야기]안철수硏 '코스닥 백신'기대

  • 입력 2001년 8월 27일 19시 01분


1995년에 개봉된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아웃브레이크’는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영화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우연히 미국의 한 마을에 퍼지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미국 정부는 마을에 핵폭탄을 투하하기로 결정하는데 다행히 치료제가 개발돼 참사를 피한다는 줄거리다. 이 영화는 1976년 자이레에서 발생해 318명의 환자 중 280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바이러스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892년. 러시아의 과학자 이바노프스키는 담배잎 모자이크병의 병원체가 세균 여과기로도 걸러지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작은 물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를 갉아먹으면서 증식하는 성질이 있다. 스스로 유전자를 변화시키면서 자기 복제를 반복하는 특성도 있다. 이런 바이러스는 감기에서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각종 질병을 유발하며 인류를 괴롭혀왔다.

현대 사회에서는 또다른 바이러스가 인류의 문명을 괴롭히고 있다. 바로 컴퓨터 바이러스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프로그램의 일종인데 다른 유용한 프로그램들을 파괴하고, 또 자기 복제 능력이 있다고 해서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 프로그램 개발의 선두업체인 안철수연구소가 코스닥시장 등록 전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 실시된 공모주청약에 무려 1조5000억원이 몰린 것. 투자자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청약에 참가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기대를 걸고있다. 안철수연구소같은 건실한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해서 바람을 일으키면 전체 장세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믿는 것이다. 일본에서 복귀한 이종범이 스타 부재로 침체된 국내 프로야구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처럼.

기대가 큰 만큼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주문도 많다.

우선 지금까지 비쳐져왔던 것처럼 투명한 경영을 계속 해달라는 것. 그리고 안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우리사주 등으로 인해 주머니가 두둑해지더라도 태만해지지 말고 본업에 충실해달라는 주문이다. 벤처붐으로 목돈을 거머쥔 많은 업체들이 정작 자금이 충분해진 뒤에는 본업을 뒷전으로 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머니게임에만 집착하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우려 하고, 소액주주는 뒷전으로 생각하는 등 코스닥에 깊숙이 침투한 각종 ‘악성 바이러스’도 안철수연구소가 나서서 깨끗이 일소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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