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3년8개월만의 '졸업장'…구조조정은 아직 미완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44분


한국정부는 외환위기 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195억달러 중 그동안 갚고 남은 1억4000만달러를 23일 모두 상환한다. 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아 IMF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한지 3년8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IMF 졸업장’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외환위기 직후와 비교하면 훨씬 낫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와 위기극복 과정에서 부담이 커진 재정악화 등으로 ‘한국경제호(號)’의 앞날을 낙관하기에는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미완(未完)의 위기극복’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IMF 구제금융 관련 일지
△97년12월21일IMF에 긴급 자금지원 요청
△97년 12월 4일IMF와 대기성 차관협약 IMF이사회 승인(IMF 프로그램 기간 시작)
△97년 12월∼

98년 12월

보완준비금융(SRF) 135억달러 인출
△97년 12월∼

99년 5월

대기성차관(SBL) 60억달러 인출
△98년 12월∼

99년 9월

보완준비금융 상환
△2000년12월3일 IMF와의 대기성 차관협약 기간종료 (IMF 프로그램 기간종료)
△2001년 1월8일 대기성차관 상환시작
△2001년8월23일 IMF차입금 195억달러 전액 조기상환 완료(대기성차관 최종 잔액 1억4000만달러 상환)
기업공개(신규등록)현황
(자료:재정경제부)

외환위기 직후와 현재의 주요 경제지표비교
구 분외환위기직후현재
외환보유액(억달러)39978
환율(원/달러)19651278
순대외채권(억달러)-540348
3년만기 회사채금리

(연 %)

31.16.4
외국인투자

(연간,억달러)

70157
종합주가지수(포인트)376580
*현재 주요 경제지표는 각각 시점이 조금씩 다름.(자료:재정경제부)

▽IMF 빚 어떻게 갚았나〓정부가 97년 12월 IMF에서 빌려온 돈은 보완준비금융(SRF)과 대기성차관(스탠바이차관) 등 모두 195억달러. 이 가운데 고금리 차입금인 보완준비금융 135억달러는 당초 지난해 5월까지 갚기로 돼 있었으나 99년 9월에 모두 상환했다. 나머지 대기성차관 60억달러도 올 1월부터 앞당겨 갚기 시작해 이번에 모두 털게 됐다.

한국은 지난해 8월 IMF와 마지막 정책협의회를 끝으로 이제 경제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IMF로부터 직접 간섭을 받지 않게 된다. 대신 앞으로는 IMF 회원국으로서 의무인 통상적인 경제협의회만 매년 한차례씩 가질 뿐이다.

▽지표로는 위기 극복〓환란(換亂) 당시 39억달러밖에 남지 않았던 외환보유액은 현재 978억달러로 크게 늘어 최소한 ‘유동성 부족’에 따른 위기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평. 또 달러당 2000원선까지 급등했던 환율도 1278원으로 안정세를 찾았고 349억달러의 채권국가로 변신했다. IMF사태 직후의 살인적인 고금리는 연금생활자들이 곤란을 겪을 초저금리 시대로 바뀌었다.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제도개선도 적잖게 이뤄졌다.

▽위기극복 과정에서의 ‘그늘’〓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야 했던 것도 많았다. 가혹한 고금리정책의 영향으로 98년초부터 기업들의 도산이 잇따랐고 금융기관 부실채권도 늘어났다. 대량실업 사태는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며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왔다.

▽‘IMF 졸업 이후’의 과제〓전문가들은 올 3월부터 도입된 ‘상시 구조조정체제’를 정착시켜 구조개혁을 본격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등 부실 대기업의 처리문제를 더 이상 늦추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최흥식(崔興植)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투자의욕을 잃지 않도록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운열(崔運烈·서강대 교수) 증권연구원장은 “경제주체들이 ‘외환위기 극복’과 ‘경제위기 극복’을 구분해야 한다”며 “이것이 헷갈리면 경제개혁도 후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해·박중현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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