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출산은 국력?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28분


70, 80년대 예비군훈련장에선 늘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훈련시작 전 누군가가 나와 정관수술을 권유하면서 훈련을 면제해준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상당수의 지원자가 나왔고 이들은 수술을 받기 위해 곧바로 훈련장을 떠났다. ‘가족계획’으로 불리던 정부의 출산억제정책 중 하나였다. 당시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은 아파트분양에서도 특혜를 받는 등 여러 혜택을 받았다. 정부나 기업은 가족수당도 두 명까지만 주었고 자녀가 많은 가정엔 불이익을 주었다.

▷이 바람에 각 가정의 자녀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60년대 여성의 평균 출산자녀는 6명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70년 4.5명, 80년 2.8명, 90년 1.6명이었고 99년엔 1.42명으로까지 떨어졌다. 세계 평균 1.53명보다도 낮다. 여성의 독신, 만혼(晩婚), 경제활동 증가에 따른 출산기피 등도 이에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지금 아이는 하나만 있으면 되고 없으면 또 어떠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부부가 많다. 통계청은 이대로 가다간 2028년부터는 전체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출산율 감소에 따라 야기되는 가장 큰 문제는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은 줄고 노령층의 비율은 크게 늘어나는 등 인구분포가 기형적 구조를 이룬다는 점. 국가로서는 노동력부족현상에 세수(稅收)가 줄고 사회보장지출은 늘어 재정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은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적정수준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은 출산장려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여성부는 특히 출산 및 보육수당 지급, 유럽식 보육증서제도 도입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부 시도는 이미 농어촌 산모에게 10만원씩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둘도 많다’등 산아제한 구호와 비교하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이 든다. 하지만 현재의 출산율 하락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효성 있는 인구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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