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소자본 창업 3곳중 1곳 "원금까지 날려"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58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여고 앞에서 스티커 사진기점을 열었던 L씨(42)는 개업 석달만인 올 7월 점포를 정리했다. 한 달 400만∼50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렸지만 하루하루가 고달파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었던 것. 주방용품 도매상을 하면서 주로 남자들만 상대했던 그에게 신세대 여고생들은 너무 부담스러웠다. 자식 또래밖에 안되는 여학생들의 행동이나 말투에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고 L씨는 말한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지원센터가 99년 2월 문을 연 뒤 지난달말까지 2만1000여명의 창업희망자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휴 폐업으로 완전히 망한 점포는 15%수준인 3100여명에 이른다.

지원센터 서정헌 상담사는 “휴폐업은 물론 문은 열고 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해 실패로 분류되는 사업이 30%정도”라며 “창업후 점포 운영을 잘했느냐 못했느냐에도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시작단계에서 성패가 이미 결정된다”고 말했다.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가게를 열었다가 원금까지 까먹는 경우가 3곳 중 1곳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대표적인 실패 유형.소자본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점검해볼 만한 기본적인 체크 포인트다.

▽적성에 맞지 않는 아이템〓자기 적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을 하게되면 실패하는 수가 많고 위 사례 L씨의 경우처럼 잠시 돈을 벌지는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

▽브랜드 인지도만 믿고 수요층분석을 하지 않은 경우〓H씨 (여·36)는 지난해 가을 유명 여자대학교 앞에서 캐주얼 의류점을 열었다. 유명 상권에 유명 브랜드제품이라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한달 수익이 1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주요 고객들이 유명 브랜드제품보다는 개성이 넘치는 일반 제품을 더 선호하는 줄 몰랐던 것이다.

▽잘못된 자금계획〓과도한 차입금이나 권리금 지불에 대한 주의는 물론 창업이후에 들어갈 추가 투자비용도 계산에 넣어야한다. 이러한 업종은 목욕탕, 고시원, 독서실, 오락실, 인터넷게임방 등 시설투자 사업에 많다. 인근에 조금만 크고 시설이 현대화된 점포가 들어서게 되면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다. 울며 겨자먹기로 시설 재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접어야한다.

▽유행을 따라다니는 철새 업종〓갑자기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대중 매체를 통해서 빈번히 광고를 하는 업종들은 일단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락관련 사업 중에 많다. 실내 서바이벌 경기장, 실내 사격장, 다트 게임장 등이 이런 길을 밟았다. 요리 전문점에서도 조개구이집처럼 잠시 떴다가 사라지는 유행업종이 많다.

▽입지와 업종이 안맞은 경우〓예를 들어 서민층 주택가 밀집지역 피자집은 점포에서 직접 먹는 사람보다 배달수요가 훨씬 많다.입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쓸데없이 큰 매장을 구하거나 배달 인력을 확보못하면 결국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된다.

▽프랜차이즈는 신뢰도부터〓서정헌 상담사는 “프랜차이즈 가운데 유통만 하거나 유통과 인테리어사업만 하는 곳보다는 생산시설을 갖춘 채 유통체인을 모집하는 곳이 상대적으로 더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를 잘못 선택하면 제대로 사업도 해보기전에 망하는 수가 많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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