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관리종목 방치 '작전' 부른다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38분


증권거래소 시장에 ‘불량상품’들이 지나치게 오래 방치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장폐지기준이 수차례 강화됐지만 실제 퇴출은 거의 없어 외환위기 이전부터 관리종목인 기업이 30개를 넘고 이중 2개 종목은 80년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20년 가까이 거래소 시장에 남아있는 것.

15일 현재 898개 상장종목 가운데 관리대상 종목은 14.5%인 130개. 법정관리, 화의, 부도, 자본 전액잠식, 감사의견 부적정 및 의견거절 등으로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주식시장 최장수 관리종목기업인 S사는 80년 지정된 이후 회사정리절차 등을 거치면서 사실상 영업정지상태에 있지만 여전히 상장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H사 역시 84년 최초 지정 이후 회사정리절차 중이며 자본 전액잠식 상태지만 주식거래는 여전히 활발한 상태.

이런 현상은 88년 상장폐지제도 강화 이후에도 자본전액잠식의 경우 존속시한을 6∼7년으로 길게 잡아 두는 등 진입에 비해 퇴출에 지나치게 관대했기 때문.

한 증시 관계자는 “미국 나스닥 시장은 상장폐지기준을 명확히 정해 부실기업은 물론 주가가 일정수준에 미달해도 상장을 폐지하고 있다”며 “관리종목은 작전세력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상장폐지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소 상장공시부 관계자는 “특정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이를 해소할 시점에서 또 다른 사유로 지정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해당 사유만 해소하면 기한이 새로 적용되기 때문에 오랜기간 관리종목으로 편입돼 있었다고 해서 상장폐지할 수 없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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