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내조한 퍼스트 레이디들이 섬세한 감각으로 쓰는 회고록이 오히려 남편들의 회고록보다 잘 팔린 사례가 많다. 제럴드 포드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부부의 회고록에서 이런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1000만달러의 선인세를 주고 빌 클린턴을 잡은 출판사보다 800만달러에 힐러리 클린턴과 계약한 출판사가 돈을 더 벌 가능성이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설사 ‘모니카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을 담더라도 스타 특별검사의 수사보고서가 인터넷을 통해 상세하게 공개한 것이어서 판매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는 전직 대통령들이 은퇴한 후 회고록을 남기는 문화가 없었다. 이 나라를 장기간 통치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남겼다면 그들의 고뇌가 어떻게 현대사의 방향을 틀었는지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자신의 언행을 모두 기록하게 하면서 “회고록을 쓰는 한국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가끔 했지만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참회록을 써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한국 최초로 회고록을 남긴 대통령의 영예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두 출판사에서 취임 전후로 나누어 모두 5권을 출간했다.
▷전직 대통령이 국정운영 경험을 기록해 살아 있는 교훈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직접 쓰기를 좋아한다니 은퇴하면 바로 회고록 집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의 펜’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회고록을 쓰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국민 모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덕목은 솔직함’이라고 충고했다. 앞으로 회고록을 쓸 한국의 전직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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