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리는 계속 내려가지만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7분


금융통화위원회가 한달 만에 다시 콜금리를 인하했다. 그 영향으로 시중실세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를 자극해 경기를 일으키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과연 계속되는 금리인하가 이 시점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금리는 경기하강이 예상되는 6개월 이전쯤 선행적으로 손을 대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정부는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다음 분기가 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만 강조하다가 최적의 금리인하 시기를 놓친 느낌이다. 통화당국이 금리인하를 발표하던 날 국내증시가 폭락한 것은 심리적 효과마저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저금리기조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금융소득에 의존하고 있는 연금생활자 등 비노동인력들의 소득이 감소해 소비가 위축될 경우 오히려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3분기 들어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분석은 그래서 신경이 쓰인다.

더 큰 우려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한계기업들을 포함,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많은 기업들의 개혁 의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부실한 기업들이 단순히 저금리의 덕으로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금리가 자꾸 내려가는데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상태에서 금리만 자꾸 내려 자금이 금융기관 안에서만 회전하게 되면 통화정책이 먹혀들지 않는 유동성함정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은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데 이 경우 여러 가지 조건은 다르다 하더라도 0%금리의 일본사례가 재현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저금리의 이점을 경기회복으로 연결시키는 수단을 찾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일은 미래의 시장에 대한 기업의 불안감을 덜어 주고 정책에 대한 신뢰를 주는 일이다. 기업규제와도 관련이 있는 이 부문에 대한 여야와 정부간의 정책협의회 결과는 기대에 못미친다. 견실한 기업에 대해서는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정책이 유연성있게 집행되어야 한다. 정책 선택의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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