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조목조목 짚어본 日왜곡교과서 '철저비판…'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7분


◆ '철저비판:일본 우익의 역사관과 이데올로기'/‘교과서에 진실과 자유를’ 연락회 엮음, 김석근 옮김/320쪽 1만원 바다출판사

7월초 일본에 갔을 때 각 서점에서는 한일 사이의 ‘역사전쟁’을 야기한 ‘새 역사교과서’가 베스트셀러 자리를 고수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목표로 삼고 있던 교과서 채택률 10%를 쉽게 초과 달성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씻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교과서 채택이 반정도 진행된 지금 상황에서는 2∼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그 배경에는 일본의 성인들이 ‘새 역사교과서’를 재미나게 읽기는 하지만, 이것을 학교에서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는 묘한 심리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일본의 민초(民草)가 내셔널리즘의 강약을 적절히 조정하고 있다고나 할까.

시판 중인 ‘새 역사교과서’는 문부과학성의 검정과정에서 137개소나 지적을 받아 수정 보완된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 웬만큼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도 이 교과서의 행간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무엇이 그토록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이 ‘철저비판…’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역사가 22명이 ‘새 역사교과서’의 ‘원전’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의 역사’를 주제별로 나누어 조목조목 분석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새 역사교과서’의 역사관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교과서와 함께 ‘국민의 역사’와 그 축약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검정신청본’(검정을 받기 위해 문부과학성에 제출했던 원본)을 비교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 책은 모두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자로 되어 있다. 게다가 이 ‘모임’의 회장인 니시오 간지는 검정에 합격하기 위해 문부과학성의 수정 지시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새 역사교과서’의 컨셉트는 ‘국민의 역사’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떠벌리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 역사’는 8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인 데다가, 그 내용이 너무나 일본지상주의와 한국폄하주의로 점철돼 있어 어지간한 인내심을 갖지 않고서는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도 ‘철저비판…’은 한일간 ‘역사전쟁’의 실체를 파악하고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책은 ‘국민의 역사’에 드러나 있는 그릇된 역사관, 사실 왜곡,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을 명쾌한 논리와 자료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통 역사학계에서는 ‘국민의 역사’가 출간됐던 당시(1999년 말)만 해도 그것은 극우파의 조잡한 정치적 선전서에 불과한 것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 역사’가 발간된 지 한달 만에 70만 부 이상 팔리는 초 베스트셀러가 되고 또 ‘새 역사교과서’로 연결돼 가자 부랴부랴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저비판…’은 그 성과의 하나다. 이제 한국의 역사학계에서도 한국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학문적 비판서가 출현할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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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정(서울시립대 교수·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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