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꿈의 양자컴퓨터 개발 첫걸음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18분


21세기 정보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 양자컴퓨터가 국내에서도 탄생했다. 21세기 중반에는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 수백만대를 연결해야 할 수 있는 일을 간단히 해치울 만큼 가공할 위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이순칠 교수팀은 최근 양자컴퓨터 국산1호를 제작해 정보를 검색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컴퓨터는 생김새나 원리가 기존의 컴퓨터와 전혀 다르다. 반도체칩 대신 액체가 계산을 한다.

이번에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3비트 짜리 초보적인 컴퓨터. 펜티엄Ⅳ 컴퓨터가 64비트인데 비하면 아직 장난감 수준이다.

하지만 수십비트의 실용적인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세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국방 금융 등 국가의 기간전산망에 사용되는 암호가 모두 풀려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미국은 중앙정보부(CIA)와 국가안보위원회(NSA)가 양자컴퓨터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위력은 여러 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입력해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기존의 컴퓨터로는 3백년이 걸려야 풀 수 있는 암호를 56비트 양자컴퓨터는 불과4분만에풀수있다”고 말한다.

2진법을 쓰는 현재 컴퓨터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0 또는 1로 나타낸다. 이것이 바로 1비트이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에서는 데이터가 0이면서 동시에 1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고전물리학에서는 고양이가 죽었거나 아니면 살아있거나 둘 중에 하나지만, 원자 세계의 물리법칙인 양자역학에서는 고양이가 죽은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반반씩 섞여있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불가사의한 이 현상을 이용한 것이 바로 양자 컴퓨터다.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개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인수분해, 암호 풀기, 데이터베이스나 인터넷 검색, 신약후보물질 탐색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덧셈이나 곱셈은 고전컴퓨터가 빨라 21세기 말까지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상당 기간 공존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비트 숫자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아, 실용적인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앞으로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양자컴퓨터는 천재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80년대 초 개념을 제시했다. 이어 97년 IBM의 아이작 추앙이 2비트 양자컴퓨터를 처음 만들었고, IBM 알마덴연구소와 로스알라모스 연구소는 최근 7비트 양자컴퓨터까지 개발했다.

양자역학의 기본원리를 이용한 양자암호와 양자원격이동에 대한 연구도 한창이다. 양자암호는 누군가가 도청을 하면 그 순간 광자의 양자 상태가 달라져 통신내용이 변질되므로 도청이 불가능하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관찰대상과 관측자가 항상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은 광섬유를 통해 40㎞까지 양자암호화된 신호를 보내는 실험에 성공했다.

또 97년 오스트리아연구팀이 성공한 양자원격이동은 통신 혁명을 일으킬 전망이다. 현재 우리는 자신이 보내는 정보를 알아야 이를 송신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원격이동은 정보의 내용을 전혀 몰라도 송신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사람의 뇌 상태를 그대로 복사해 컴퓨터로 옮겨놓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공상과학소설 속의 일이 현실화된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