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위적 경기부양 않겠다더니

  • 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22분


정부와 민주당의 말에 도대체 신뢰성이 없다. 내외 여건의 변화가 없는 한 결코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지 불과 한 달도 안돼 당정은 10조원이라는 돈을 풀겠다고 한다. 미국의 경기가 나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고 국내경제 상황도 변한 게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한적 경기조절’을 하겠다던 말이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으로 본색을 드러냈다는 것뿐이다.

그동안 정부는 근거 없는 경기회복 낙관론의 실현시기만 계속 뒤로 미뤄 오면서 경기부양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당시 정부가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내세운 이유 중 하나는 인위적 부양이 기업경쟁력 강화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조치를 밝히면서 그에 대한 대책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이 반드시 상대되는 개념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또 현 상황에서는 당정에 주어진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재정지출에 힘입어 경제상황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절박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결국 한계기업들은 다시 시장에서 무한 연명의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 때문에 당정의 선택은 보완이 요구된다.

이번 당정의 조치가 건설경기를 중심으로 한 내수진작에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를 고려할 때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낳게 한다. 일부 지역에서 이미 시작된 부동산경기 과열 현상에 불을 댕겨 심각한 인플레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경청해야 한다.

민주당쪽에서 제안된 세금감면 정책도 문제가 있다. 예컨대 신용카드 사용이 확대되면서 세원이 노출된 사업자들의 세 부담을 대폭 경감시켜 주겠다는 방침은 제한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카드 사용이 확대되기 전, 부담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을 때를 기준으로 세금을 경감해주는 것은 그동안 묵묵히 과표대로 세금을 납부해 온 사람들과는 형평이 맞지 않는 정책이다.

세금누진제를 강화해 소득격차를 줄이겠다는 민주당의 의도는 서민보호 차원에서 어느 한계까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자칫 누진율이 지나칠 경우 시장에서 개인의 성취의욕을 떨어뜨리고 자본주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논리에 몰입된 선심성 세금감면 정책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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