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서구 환상문학의 족보 '환상문학의 거장들'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42분


200년이 넘는 서구 환상문학의 ‘족보’를 일별할 수 있는 드문 책이다. 1853년부터 1993년까지 주요 작가의 연대기를 ‘환상’이란 코드로 엮어 연대기순으로 배치했다.

서구문학사라는 망망대해에 ‘환상’이란 그물로 건져올린 수확물은 의외로 풍성하다. ‘드라큘라’의 작가 브램 스토커, SF 소설의 효시인 쥘 베른, 당대 공포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다. 헨리 제임스, 오스카 와일드,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도 환상문학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알랭 로브-그리예 같은 뜻밖의 결실도 있다.

저자들이 규정한 ‘환상문학’은 장르로는 판타지 추리 공상과학 공포 엽기를 포함하며 리얼리즘 소설 바깥을 아우를 만큼 넓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근대적 환상문학의 시조로 에드거 포(대표작 ‘여서가의 몰락’)를, 현대적 선구자로 카프카를 꼽고 있다.

하지만 100여명의 작가를 병렬 배치시킨 인명사전 형식인데다 상당수의 작가 이름이 낯설어 슬렁슬렁 읽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서구 환상문학의 거대한 물줄기와 거기서 뻗어나간 지류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드문 책이다.

소설 장르에 한정시키지 않고 이들의 ‘파생상품’까지 일별한 것은 이 책의 가치를 배가시킨다. 정신분석학 같은 학문이나 전후의 시대 분위기와는 어떻게 교감했는지, 미술 영화 만화 TV드라마 같은 다른 장르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주는 다른 책은 찾기 힘든게 현실.

무엇보다 이 책은 환상문학이라고하면 흔히 ‘해리 포터’류의 판타지 소설만을 생각하는 독서풍토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면면히 흘러온 환상문학이 가진 적지않은 무게감이 고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읽고픈 욕구를 자극한다.막 첫걸음을 뗀 국내 환상소설 중 상당수가 서구 고전의 모사품이나 변형체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은 행일수도, 불행일수도 있다. 고봉만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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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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