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호리에 제일은행장 "수익성 올리는게 급선무"

  • 입력 2001년 8월 2일 19시 40분


윌프레드 호리에(55) 제일은행장은 톡톡 튄다. 국내 첫 외국인 은행장이 된 그는 올해초 정부가 회사채신속인수제도를 도입했을 때 “노(NO)”라고 말했다. 제일은행 주식 수백만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스톡옵션을 받는 문제로 금융감독원과 신경전을 벌였을 때도 그다지 밀리지 않았다.

바깥에서 무어라고 하든 부실화된 제일은행의 수익성을 올려 2003년쯤 재상장하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낸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무실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래처를 방문하고 고객과 저녁식사도 많이 한다.” 지금까지 방문한 거래기업체는 20여개. 1주일에 2∼3번은 저녁약속도 한다.

그는 “제일은행장으로 취임할 때 한국사람은 이탈리아사람과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두 나라 사람 모두 성격이 급하고 감정적이며 말할 때 (손의) 제스쳐가 크고 마늘을 많이 먹는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는 것. “서울에서 18개월 살면서 보니 아주 정확한 비유”라고 한다.

‘연봉이 30억∼40억원이나 된다’는 루머가 있다고 묻자 “월스트리트에서 ‘경영혁신의 귀재’라는등의 평가를 받았으며 일자리를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뉴브리지캐피탈에서 나의 기능과 경험을 평가해 헤드헌터를 통해 스카웃한 것이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내가 제일은행장이 된다고 하니까 미쳤다고까지 했다”는 말로 살짝 비껴갔다.

그가 취임한 뒤 내세운 것은 소매금융과 리스크관리. 제일은행의 가계부분 대출비중은 99년말 13%에서 2001년 6월말에는 40%로 높아진 반면 대기업 대출은 50%에서 32%로, 중소기업 대출도 27%에서 22%로 낮아졌다.

리스크관리를 위해선 4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시장점유율(share)보다는 이익(margin)을 우선시한다. 둘째 여신부문과 다른사업 부문을 구분한다. 셋째 대출해줄 기업이 그 산업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살핀다. 주도적 위치에 있으면 위험이 적지만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탈락될 위험이 많다. 넷째 담보보다는 현금(Cash Flow) 창출능력을 중시한다”는게 그것. 이에따라 워크아웃 여신을 제외할 경우 부실채권비율이 3.12%로 상당히 낮아졌다.

호리에 행장은 “제일은행이 당초 계획했던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만족해 한다. 제일은행의 올 상반기중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0%나 늘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는 28.33%, 자기자본비율도 14.01%나 된 것 때문일까. 아니다. 그는 “자산이나 순이익등 거시지표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행원들의 서비스 마인드와 지점의 역할이 바뀌는등 미시적 관행이 변화하고 있다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호리에 행장은 미국 육군의 특전부대에서 근무하다 소령으로 예편했다. 한국에 오기전까지만 해도 마라톤 풀코스를 12번이나 뛰었다고 한다. 가장 좋은 기록은 4시간30분.

인터뷰가 끝나고 일어설 때 “제일은행에 거래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다”라고 하자 “제일은행의 앞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손해”라며 “꼭 제일은행을 이용하라”고 권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윌프레드 호리에 행장은 누구▼

△생년월일:1946년 1월 13일(미국 하와이)

△학력:하와이대학교

△첫 사회생활:미육군 특전부대 소령예편

△주요경력:미국 어소시에츠 퍼스트 캐피탈에서 30년 근무,

수석부사장 역임

△가족:부인과 아들 딸 1명씩

△취미:골프 핸디 19, 마라톤 12번 완주(4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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