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美경제 금리처방 "약발이 안먹혀요"

  • 입력 2001년 8월 2일 19시 19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들어 여섯 번이나 금리를 내린 데다 추가 금리인하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지금까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리 인하조치가 금융 시스템과 금융 시장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주식시장, 채권시장, 외환시장 등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우선 지난 1년 동안 내내 기업의 수익이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무르는 바람에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다 최근 몇 주 동안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악화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연방정부가 계획대로 빚을 갚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가 점점 커져감에 따라 채권시장의 장기 금리가 1월에 금리가 인하될 당시의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몇 달 동안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느려지고 있다는 증거가 점점 쌓여가면서 달러의 가치가 오히려 올라갔다. 이는 금리가 인하될 때 보통 나타나는 현상과는 정반대의 변화이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 최근 경기침체의 성격 역시 금리인하 조치의 효력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 건설업이나 소비자 지출 등 금리인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분야가 아닌 다른 문제, 즉 기업들의 급격한 투자감소가 현재 미국경제에 대해 가장 강력한 브레이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

특히 기술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는 FRB가 단기금리를 계속해서 내린다 하더라도 한동안 활성화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한, 미국경제가 작년 후반기까지 구가했던 높은 성장률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정책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만약 올해 금리가 인하되지 않았다면 경제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됐을 것이다. 또한 지난달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감세법도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경제가 완전히 바닥을 친 다음, 올해 말부터는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금리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더 오랫동안 유지해야 주가가 올라가고, 채권시장의 장기금리가 낮아지고,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하만으로는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업의 수익이 가까운 시일 안에 완전히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달러 가치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 분야이다.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의 가치도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은 세계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경제불안까지 겹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바람에 미국 제조업체들이 수출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2001/07/24/business/24FE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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