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디지털 애니메이션 "꼭 실물같네!"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0분


현재 개봉중인 영화 ‘파이널 환타지(Final Fantasy)’는 애니메이션에 극사실주의를 도입, 실사 영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억5000만달러를 들여 만든 디지털 배우들의 얼굴은 실제 피부질감을 그대로 재현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릿결, 섬세한 주근깨와 땀구멍을 보면 절로 입이 벌어진다. 기술적 진보가 살아있는 배우들을 무대 밖으로 몰아낸 셈. 미래에는 아카데미상마저 사이버 배우들이 차지하게 될까?

▽배우가 필요없다고? 천만에!〓디지털 배우들은 출연료나 휴가가 없어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수십m 낭떠러지에 추락하는 위험한 연기도 거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의 등장은 배우들의 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이제는 배우라는 직업도 위협받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실제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파이널 환타지의 경이로운 액션은 사실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섬세한 표정연기나, 3차원적인 움직임을 그래픽만으로 처리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모든 3차원 애니메이션은 실제 배우의 동작을 녹화해 그래픽으로 합성하는 과정(모션 캡처·Motion Capture)을 거쳐야 하는 것.

모션캡처는 10여대의 카메라가 360도 방향을 둘러싼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배우는 얼굴과 손발 관절에 공 모양의 센서 37개를 붙이고 연기를 한다. 센서가 반사하는 적외선을 카메라가 잡아내고, 3차원적인 위치정보가 컴퓨터에 입력된다. 위치정보는 곧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연기에 이용된다.

배우의 관절 움직임을 기록한 데이터를 ‘꼭두각시’격인 캐릭터의 관절에 대입하면 ‘생명’이 불어넣어진다.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총이나 칼 등 무기도 마찬가지. 파이프나 각목에 센서를 서너개 붙여주면 멋진 총칼로 변신한다.

▽목소리 크기 따라 저절로 움직이는 입〓디지털 애니메이션의 또다른 특징은 미리 목소리를 녹음해 두고 이것에 따라 캐릭터의 모습과 입모양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것. ‘슈렉’ 같은 작품은 이미 96년에 녹음작업을 마쳤다. 기존의 2차원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는 미리 영상을 만들어 여기에 입을 맞췄다.

‘파이털 환타지’는 표정과 입모양 연기에서도 모션캡처를 많이 이용했다. 그러나 모션캡처는 미세한 얼굴근육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애니메이션은 그 특성상 과장된 표정 연기도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쓰이는 것이 페이셜 캡처(Facial Capture)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는 음성의 파형에 따라 입모양을 자동으로 다르게 표현한다. 이와 동시에 미리 입력된 얼굴 표정을 선택해 합성하면 대사와 표정연기가 완성된다.

▽실사영화와는 여전한 차이〓디지털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 못지않은 화면을 자랑하지만 아직 실사영화를 완전히 빼닮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니메이션은 우선 제작비가 막대하고 제작기간이 긴 것이 단점이다. 파이널 환타지도 150만달러짜리 수퍼컴퓨터가 4대나 투입됐다. 지난해 개봉됐던 ‘다이너소어’의 경우 기획에서 개봉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미국과 합작으로 3차원 애니메이션 ‘아크’를 제작중인 디지털드림스튜디오 정광철 제작이사는 “실사영화를 완벽히 모방하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다만 스타가 등장하지 않아 출연료 부담이 적고 제작한 데이터를 여러차례 사용하는등 비용이 줄어들면서 제작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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