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몰려드는 장기불황의 먹구름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0분


세계적인 경기 하강국면에 구조적 취약성이 겹쳐 나라 경제가 심각한 난국을 맞았다. 세계경제의 3대축인 미국 일본 유럽이 동시에 경기하강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생산은 32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수출은 5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반도체 덕을 보다가 반도체 효과가 사라지면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경제는 장기불황으로 갈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반도체 수출이 걸린 미국의 정보기술(IT) 경기도 회복이 상당기간 늦어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마저 내놓고 있다.

세계 경기의 동반추락 상황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더 낮출 여지는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하강 국면을 길게 보는 기업들이 금리인하에 끌려 투자를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해외요인은 자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더라도 급격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국내수요를 진작시킬 필요는 있다. 구조조정을 착실히 수행하면서도 더 늦기 전에 과감한 경기조절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데 경제인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 국내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 재정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추경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제활동 의지가 손상될 만큼 지나친 좌절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한국만 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이 시점에서 정부나 기업은 경기하강이 장기화하리라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모든 부분에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정치불안 심리와 지나친 정치사회적 갈등은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내년의 정치상황 변화에 불안을 느끼고 있고 이것이 투자부진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여야는 말로는 경제 살리기를 외치면서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치 불안심리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소모적인 정쟁으로 불안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경제활동 불안요인을 제거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받쳐줄 입법조치를 위한 여야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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