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질정화용 인공습지 "혹 떼려다 혹 붙일라"

  • 입력 2001년 7월 18일 18시 55분


새로운 수질정화법으로 각광받으며 시화호 등에 잇달아 조성되고 있는 인공습지가 기초 설계가 잘못되면 오히려 수질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공습지는 동식물 생태계 복원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수질정화를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기초조사와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어바인) 스탠리 그랜트 교수 연구팀은 1999년 폐쇄된 남캘리포니아의 헌팅턴 해변의 오염이 인근에 조성된 탤버트 인공습지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환경과학기술지’ 6월 15일자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인공습지를 조성한 결과 수많은 새들이 살게 됐지만 물살이 너무 빨라 새들의 배설물을 미처 정화하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갔다는 것. 그 결과 헌팅턴 해변에서는 배설물에 사는 박테리아가 대량 발견됐다. 연구팀이 탤버트 인공습지에서 물감을 풀어놓자 물감이 든 물이 헌팅턴 해변까지 유입되는 것이 확인됐다.

원래 이곳에는 12㎢ 크기의 습지가 있었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오래 전에 사라졌다. 11년 전 이 자연습지가 사라진 곳에 0.1㎢ 크기의 조그만 인공습지가 조성된 것. 그러나 대부분의 인공습지와 마찬가지로 탤버트 인공습지 역시 습지 생태계를 복원시키기 위한 것이지 수질정화가 목적이 아니었다. 당연히 수질정화에 대한 고려가 적었던 것.

그랜트 교수는 “만약 인공습지를 좀 더 넓고 깊게 하고 좁은 수로를 그물처럼 만들어 줬다면 물살의 흐름이 느려져 박테리아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탤버트 인공습지의 경우 바닷물이 정기적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들어온 바닷물이 금새 빠져나가지 않고 한동안 머무르는 동안 바닷물 속에 함유된 염분이 태양빛과 반응해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 현재 탤버트 인공습지에서 바닷물의 평균 체류시간은 1시간 정도다. 연구팀은 새들의 배설물 속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데에는 몇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이화여대 강호정 교수(환경공학과)는 “인공습지 조성에 있어서 기초조사와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례”라면서 “습지조성시 생태계 복원이나 생물다양성의 측면뿐 아니라, 수질정화와 같은 습지의 기능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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