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관광, 판 다시 짜라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36분


엊그제 한나라당이 공개한 현대와 북측간의 ‘확인서’는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와 현대, 한국관광공사 등이 해온 주장이 얼마나 거짓투성이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대는 지난달 10일 육로관광과 관광대가 지급방식 변경 등에 북측과 합의해 금강산 관광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관광공사가 ‘수익성에 기반한 독자적인 판단으로’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사장이 북측 아태평화위원회에 써준 확인서에는 “현대는 1998년 10월29일 채택된 관광사업 대가 지불에 관한 합의서의 유효성을 확인한다”고 명기돼 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는 북측이 잠정적으로 ‘관광이 활성화될 때까지’는 관광객 수에 따라서 관광대가를 받을 수 있지만, 2004년까지 현대가 총 9억4200만달러를 북측에 관광 대가로 지불한다는 애초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관광대가부터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확인서대로라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정부와 현대의 주장은 허구일 뿐이다. 정부는 이렇듯 허구를 바탕으로 한국관광공사를 사업에 끌어들여 국민 세금을 쏟아 붓고 국민을 기만해온 셈이다.

이 확인서는 또 ‘2001년 2월부터 5월까지 미진된 금강산 관광대가를 6월21일부터 30일 사이에 지불할 것을 담보한다’고 못박아 놓았는데, 이는 현대가 사전에 정부의 지원 약속을 받았음을 암시하는 대목일 가능성이 크다. 이 확인서가 서명된 6월8일 이후 20일 관광공사가 사업 참여를 발표하고, 29일 남북협력기금 900억원 대출을 결정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정을 보면 그런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화해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가급적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매사를 불투명하게 감추려 들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말 따로 행동 따로’ 식의 대북정책은 정권의 도덕성과도 직결된다.

정부는 구차하게 금강산 관광을 지속하려 할 바에야 차라리 현대를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퇴출’시키고 북측과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벌여 금강산 관광의 새 틀을 짜는 것이 옳다. 그것이 경제 원리에도 맞고, 국민의 지지도 받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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