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감원 직원이 금융실명제 위반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33분


금융감독원이 증권회사에 압력을 넣어 개인의 증권계좌 내용을 조회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는 고객의 금융거래에 대한 비밀을 보장해야 할 금감원이 되레 금융실명제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금감원은 해당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는 실정.

9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증권검사국 모 선임검사역은 올해초 한 증권회사의 지점을 두차례 방문해 지점장에게 고객 A씨의 계좌에 접속해 거래내용을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계좌조회는 금융실명법에서 허용한 금감원의 검사업무를 위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개인의 부채해결을 위한 개인목적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남편인 B씨는 이러한 계좌조회가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3월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정수석실은 이 민원을 3월24일 금감원에 내려보냈다.

금감원 감사실 조사결과 모 선임검사역은 한 증권사 지점장실에서 A씨의 증권계좌를 조회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가 주장하는 “구체적인 증권거래 매매내용 및 잔고 등을 확인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B씨에게 통보했다. 금감원은 이 회신문에서 “금감원 증권검사국 모 선임검사역이 A씨 증권계좌의 유무를 확인한 사실에 대해 금융실명법 등 관련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혀 금융실명법 위반사실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B씨는 이에 대해 “금감원 직원이 지점을 방문한 날, 지점장이 부인 계좌에 접속한 기록이 있으며 금감원 소비자보호국이 해당 증권사에 대해 그 지점장을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징계를 요구한 사실이 있다”며 “금감원 직원의 계좌조회가 있었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이 직원의 금융실명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화하려 했다는 게 B씨의 주장.

한편 현행 금융실명법에서는 본인동의가 있거나 △금감원 검사 △검찰 수사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 특수목적이 있을 경우에 한해 계좌를 조회할 수 있으며 이를 어길 때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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