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과서 재수정 불가 파문]정부 '추가 응징카드' 실효성엔 의문

  • 입력 2001년 7월 9일 17시 21분


"전쟁에 앞서 작전계획을 상대에 노출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니냐. "

외교통상부 추규호(秋圭昊)아태국장은 9일 일본의 역사교과서 재수정 거부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비유적 표현이긴 하나 좀체로 전쟁 등 극단적 표현을 자제하는 외교관 신분으로선 이례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정부가 일본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과 이에 대응하는 자세는 단호하기 그지 없다. "이는 국가로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한일 우호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정치인들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 는 등 당국자들의 흥분 섞인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4월 일본 정부의 역사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이래 수차례 대책반회의를 통해 일본이 재수정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한 단계적 대응책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 이제 '응징' 만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일본 연립 여3당 간사장단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예방 요청을 거부하는 수준에서 대응했지만, 앞으로 일본 참의원 선거(29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8월15일) 등 고비 때마다 강도높은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앞으로 △일본 대중문화 개방연기 등 한일 교류사업 축소 △고위당국자 교류 중단 △각종 국제회의를 통한 대일압력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선 한일 외무장관회담 거부나 주일대사 소환 등의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는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 할 수 있다.

또 △98년 21세기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 에서 합의된 행동계획 의 단계적 무효화 △ 천황 표기의 일왕 환원 △양국 정상회담 및 각료간담회 거부 △일본의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등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부도덕성 을 집중 환기시켜 일본측의 지도국 국가 노력에 치명상을 입힌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대응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는 미지수다.

현 정부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의 대의(大義)를 쉽게 허물어뜨릴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상원조를 하는 등 국제적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카드의 실효성▼

대응 카드기대 효과 우려 사항
주일대사 재소환일본, 사태 심각성 인식 ‘한국 국내용’으로 평가절하
김대중 대통령의 유감 표명새 한일관계의 당사자이자 국가원수의 영향력 기대일본의 실질적인 변화 없을 경우 정치적 부담 가중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일본의 국제 진출확대 노력에 제동일본의 유엔내 영향력 등으로 효과 의문
중국 북한과의 연대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 일본을 ‘공동의 적’으로 몰아 더 큰 손실 가능성
국제기구 국제회의 등에서의 비판일본의 국제적 이미지 실추왜곡내용 수정에 직접효과 미지수
일본 문화 개방 중단다른 외교 현안과 연계함으로써 강경 대응인상한국이 결정한 사안으로 자가당착 가능성
천황 호칭 변경일본을 감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카드일본 국민 전체를 적으로 만들어 불필요한 확전 가능성
한일 연례정상회담 무기연기21세기 새로운 한일관계의 전면 재고 상징정상차원의 정치적 타결 가능성 봉쇄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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