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산업사회의 노동과 계급의 재생산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51분


산업사회의 노동과 계급의 재생산

김왕배 지음

398쪽 2만4000원 한울아카데미

산업사회, 노동, 계급 등은 오늘날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평가를 적잖이 받는 진부한 개념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사회의 노동과 계급의 재생산’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은 느리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되는 일이다.

저자는 계급을 ‘경제적 생산관계에 한정짓는 강박관념’을 벗어나 일상의 ‘삶의 세계 속에서 집단화된 불평등구조를 설명해주는 용어’로 융통성 있게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경제’ 계급 개념에 가해졌던 비판들을 극복하고 ‘사회’ 계급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노동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진부한 이론들에 더하여 소비, 유연화 및 포스트포드주의론 등을 포괄하고 있다. 이런 융통성과 포괄성을 통해 계급 및 노동 개념이 가진 효용성을 확대 발전시키는 것은 가능성 있는 시도다.

이 책은 ‘계급’을 논의하는 제1부와 ‘노동’을 논의하는 제2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불평등의 인식과 기원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로부터, 중간계급의 문제, 계급의식과 이데올로기 등의 쟁점 검토, 일상생활의 계급재생산 과정을 거쳐 한국에서의 계급과 언어, 교육과 불평등, 계급과 연줄망에 대한 실증적 연구로 나아가고 있다.

제2부는 노동 자체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노동력의 재생산이 일어나는 일상생활영역과 소비과정에 대한 강조, 국가와 노동시장 및 실업문제와 도시 비공식부문, 그리고 노동과정과 노동통제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거쳐 노동현장의 사례들에 대한 실증적 연구로 이어진다.

이런 구성은 매우 의도적이고 체계적이다. 즉 먼저 커다란 주제로부터 점점 작은 주제로 초점을 좁히는 이론적 검토를 통해 언어, 교육, 연줄망, 노동자의 일상적인 경험과 의식 등에 대한 분석을 정당화한 다음 실증적인 연구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론적인 근거를 확보한 다음 실증적인 연구로 전진하는 방식의 연구는 아마도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꿈꾸지만 실현하기는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구성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특히 사회과학자들에게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엉뚱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이론 소개’와 한국사회에 대한 ‘실증적 연구’의 2부로 재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엉뚱한 독자의 한사람인데, 이렇게 재구성하고 보면 이 책에 대한 아쉬움도 분명해질 것이다. 이론 부분에서는 여러 학자들의 견해에 대한 소개가 산만하고 비중이 큰 데 비해, 저자 자신의 이론 정식화는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절충적이다. 또 질적 연구방법들을 활용하여 생활적으로 접근하는 실증적 연구에서는 이론적 분석 및 추상화가 부족하다. 물론 이론 소개는 정보 및 자료 제공으로서의 가치도 가지며, 실증적 연구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그리고 이론화를 약속하는 유망한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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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 홍 (강원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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