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H.O.T 분열 화근 된 음반 '인세'

  • 입력 2001년 6월 25일 18시 45분


‘H.O.T.’, ‘S.E.S.’, 보아 등 거느리면서 ‘SM 사단’이라 불리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이끌고 있는 가수 출신 제작자 이수만은 70년대 ‘행복’이라는 노래를 발표할 때 당시로서는 거금인 3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앨범이 꽤 인기를 얻자 당시 소속 레코드 회사 사장이 그를 불러 “다른 가수들은 조금만 히트 쳐도 돈 더 달라고 난리인데 당신은 왜 보너스 달라는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수만은 계약서대로 돈을 다 받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고, 그런 그의 태도에 감동한 사장은 보너스로 50만원을 더 주었다. 그런 이수만이 요즘 ‘H.O.T.’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 가수들은 계약금 이외에 대부분 ‘인세’라 불리는 음반 판매 수익금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가수가 앨범 1장당 100원의 인세를 받는다고 하면 음반이 100만장 팔렸을 경우, 그 가수는 약 1억원의 보너스를 받게 되는 것.

신인 가수의 경우, 앨범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인세를 보장받지 못하거나 아주 적은 액수를 받는 것이 상례이다. 하지만 음반이 한 번 히트를 치고 나면 재계약시 인세는 당연히 높아지고 가수가 직접 자신의 판을 제작해서 수익금 전체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음반이 1000만장 이상 팔린 김건모나 신승훈의 경우는 이런 시스템으로 수십 억 원의 인세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H.O.T.’의 문제는 무엇인가? 언론에 보도된 대로 그들의 계약서 상에 명시되어 있는 개인별 인세는 장당 20원꼴이다. 하지만 그들이 5명으로 구성돼 있기에 합하면 장당 100원이 넘고 실제로는 더 후한 인세를 받았다.

지난 5년 간 활동하면서 이들이 올린 총 수입은 수 십억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멤버가 총 5명이기에 수입을 5등분 하다보니 솔로 가수인 조성모나 유승준보다 적게 느껴질 뿐이다.

사실 가수들은 활동하면서 자신의 주머니에선 거의 돈을 꺼내지 않는다. 신인 가수의 경우, 기본적 숙식, 차량, 생활비 등은 회사에서 모두 제공한다. 댄스 가수면 한 달에 수 천만 원의 의상비에, 백댄서들에 대한 임금과 회사 경상비까지 합하면 엄청난 유지비가 들어간다.

한 가수의 성공은 오랜 세월의 노하우와 인맥을 갖춘 제작자의 능력, 가수의 노력이 혼연일체가 돼야 가능한 것이다. 특히 소위 ‘대박’이 터지는 음반은 가수와 제작자간의 궁합, 즉 호흡이 가장 중요한데 가수는 제작자를 믿고, 제작자는 가수에 대한 애정을 지닐 때 가능한 것이다.

‘H.O.T.’의 경우 문제는 장 당 인세가 얼마냐가 아니라 이들의 분열로 인해 상처를 입은 소녀 팬은 물론이고 현재 15억 인구를 가진 중국 땅에서 뜨겁게 불고 있는 ‘H.O.T.’ 바람이 이제는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한류 바람을 타고 엄청난 액수의 음반 판매와 공연 수익금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섯 전사의 극적인 재결합을 기대해 본다.

<김영찬·시나리오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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