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밀려난 40代 흔들리는 사회-中]경력-학위 물거품…오라는 곳 없다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45분


40대 인력에 대한 기업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지금도 회사 안에 40대 ‘잉여인력’이 적지 않다”고 고개를 내젓는 곳도 있고 “경험과 능력을 쌓은 40대 인재가 필요하지만 적당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공통점은 있다. “40대쯤 됐다면 회사에서 중요한 보직을 맡아야 하는데 박사 학위나 오랜 직장 경력만 보고 외부인사에게 일을 맡길 수는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회사가 ‘모실’ 만큼 회사의 실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글 싣는 순서▼
上-직장잃은 가장 어디로…
中-경력·학위 물거품…오라는 곳 없다
下-"그래도 두드리면 열린다"

▽대기업〓대부분 기업이 40대 인력채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신규사업의 경우에도 40대 인력들이 쉽고 빠르게 적응하기 어려운 영역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기업조직이 팀제로 바뀌면서 팀장들이 관리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40대 관리직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제지 인사팀 김종호과장은 “40대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장드라이브정책에 따라 사업을 마구 확장했던 70∼80년대 입사했던 사람들”이라며 “외부에서 굳이 수혈하지 않아도 회사에서 자체 보유한 40대 인력이 많다”고 말했다.

안승준 삼성전자 상무는 “삼성전자는 외국 유력대학의 경영학석사(MBA)를 딴 인력을 중심으로 임원급 연구위원을 뽑는 ‘S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평범한 인재면 괜찮았지만 지금은 마케팅이면 마케팅, 디지털·미디어이면 디지털 등 한 분야의 특출한 인재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유능한 40대 중간 관리자 수요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적임자를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니트의류 수출 및 섬유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회사로서 코스닥 등록기업인 아이텍스필 정유석 상무는 “40대 초중반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채용하려고 여러 경로로 알아보고 있으나 적임자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CFO를 하기 위해서는 재무뿐만 아니라 기획 영업 자금 펀딩능력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가운데 이같은 경력을 가진 사람은 더러 있었지만 회사의 조직구조상 30대 임원을 뽑기 어려워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화장품 및 건강식품 중견기업인 에스티씨의 김정수 이사는 “중견 중소기업들은 이직을 자주 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을 원한다”며 “대기업들은 입사 이후 오랜 기간 한가지 일만 시키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 출신이 부적당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벤처기업〓CEO(최고경영책임자)의 연령이 대부분 30대인 벤처기업으로서는 노련한 40대 인력이 보좌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 그러나 현재와 같은 40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채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높은 연봉과 직급을 원하는데다 새로운 일을 개발하지 않고 맡은 일만 하려고 하기때문.

코스닥에 등록한 한 인터넷기업 인사팀장은 “우리나라 40대들은 정보화 교육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며 “특히 프린터의 토너를 스스로 갈아끼울 마음의 자세가 안돼있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면접을 했는데 ‘스톡옵션’도 못 알아듣는 40대를 만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인커리어(www.incareer.com)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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