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7차 교육과정 설문'대상선정-해석에 문제

  • 입력 2001년 6월 22일 18시 18분


교육만큼 한국사회에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끄는 문제가 또 있을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은 수요자인 학생 중심으로 교육을 개혁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시행과정에서 일선교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동아일보사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으로 7차 교육과정에 관하여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6월 18일자 A1면의 ‘수업개혁 사실상 실패’와 같은 날 A3면의 ‘교사 태부족…능력별 수업 못해요’ 기사는 갈등양상을 잘 보여준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그러나 조사대상자 선정과 조사결과의 해석에는 문제가 있었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초등학생이 주 대상이고 올해 처음으로 중학교 1학년이 포함되었는데 설문조사 대상은 새 과정을 시행하고 있는 일선 중학교 교사가 아니라 중고교 교육부장교사들이다. 따라서 시행 후 나타난 실제 문제라기보다는 예측된 문제에 대한 지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단정적이고 단순화된 헤드라인과 그래프는 실제 조사결과보다 더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새 교육과정 도입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가 중학교 77%, 고교 85%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정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애매하다. 새 교육과정 시행에 대해 ‘완전폐지’를 주장하는 중학교 16.5%, 고교 15.7%의 교사들을 제외하면, ‘시행하면서 문제점 보완’ 또는 ‘시행시기를 늦추고 문제점 보완 후 시행’ 의견이 중고교에서 각각 약 85%이며, 수준별 교육과정에 대하여 ‘취지는 좋으나 적용이 어렵다’는 답변은 중학 86.6%, 고교 85.5%인 점을 볼 때 대부분이 부정적이라는 주장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즉, 교사들은 시행과정에서 초래될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새 교육과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따라서 ‘수업개혁 사실상 실패’, ‘중학 77% 고교 85% 부정적으로 생각’이라는 헤드라인과 그래프는 일반독자들의 오해를 유발할 소지가 크며, 조사결과를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몰고 가는 부적절한 것이다.

반면에 ‘교사 태부족…능력별 수업 못해요’는 새 교육과정 시행 중 생겨나는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며 신중하게 접근했다. 1994년부터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성심여고의 모범사례를 소개한 점은 매우 유익했다. 19일자 A5면의 사설 ‘보완 시급한 7차 교육과정’에서 일선 교사들이 동참하는 현장 중심의 보완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은 적절한 처방이라고 여겨진다.

교육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또 새 교육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인내를 갖고 문제점을 보완해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교육에 대한 발전적인 의제를 설정하고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16일자 A7면의 ‘토요쟁점토론’에서 ‘수능 연(年) 2회 실시’에 대한 학부모와 교육정책담당자의 찬반토론을 유도한 것이나 19일자 A25면 ‘교육이 희망이다’ 시리즈 마지막회에서 학부모, 교사, 정책담당자, 교육전문가가 참여한 대담기사는 교육현장의 문제점에 대한 유익한 의제설정이었다고 생각된다.

김훈순(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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