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유통현장 발로 뛰는 김 정 한화유통 사장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7분


한화유통 김정(金正·58)사장은 늘 현장에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에는 거의 매일 간다. 지방 점포 순례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에는 직접 세일즈맨으로 나서기도 했다.

“제 체질엔 서비스업이 잘 맞아요.”

그러나 그가 유통업에 ‘종사’한 지는 2년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일본 상지(上智)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산업연구원(KIET) 수석연구원을 지낸 특이한 경력의 최고경영자(CEO). 한화유통 사장이 한국에서의 첫 ‘직업’이다. 한화그룹 일본지사장 겸 주일 한국기업인연합회장으로 오랫동안 한일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해왔다.

한국의 고급 백화점 1번가로 자리잡은 갤러리아가 국제적인 명소로 거듭 나기 위해 외국인에 대한 판촉을 강화한 것도 그의 캐릭터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김사장은 외국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갤러리아에서 쇼핑한 상품에 대해서는 공항에서 바로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는 한화유통에 몇가지 기념이 될 만한 업적을 일궜다. 한양유통을 인수한 후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가 흑자로 돌아섰고 대전의 동양백화점을 인수해 중부권까지 판매망을 넓혔다.

사장의 역할에 대해 그는 “연이 잘 날아가도록 뒷바람이 돼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에 자주 나가는 것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영업실적을 올리는 데 장애가 되는 건 무엇인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데 어려운 점은 뭔가 등.

전국에 백화점 6개, 중대형 할인점인 한화마트 6개, 슈퍼체인 한화스토아 26개를 가진 한화유통은 지난해 총 매출액이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500∼1000평 규모의 중대형 한화마트와 300평 규모의 한화스토아를 매년 각각 2∼5개씩 늘려갈 계획이다.

김사장은 최근 유통업계가 엄청난 다점포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걱정했다. “각자 고유한 색깔로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힘보다는 내실로, 외형 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그의 경영방침이다.

한화유통은 시류에 휩쓸리기보다는 나름대로의 문화를 지닌, 신뢰가 최우선인 기업이 되겠다고. 첨단 패션의 안테나숍으로서 젊은이들의 놀이터가 된 갤러리아 패션관이나 원스톱으로 다양한 명품들을 쇼핑할 수 있는 명품관처럼 다른 백화점들과는 확실히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1호의 근대적 슈퍼체인인 여의도 한화스토아를 리뉴얼하고 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서울역점을 고급 백화점과 할인점 두가지로 재탄생시키는 것도 김사장의 중단기 계획이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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