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최대 세금추징의 앞과 뒤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6분


23개 중앙언론사에 대한 5056억원의 세금 추징, 13개 언론사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과징금 242억원 부과, 신문고시 부활 등이 요 며칠새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들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강조하며 모든 것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 전업종에 걸쳐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가혹한 조치들이 한꺼번에 내려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 시기와 방법, 추징 및 부과액수 등을 놓고 볼 때 결코 통상적이고 순수한 조치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강조한 후 전격적으로 세무조사가 실시됐고, 중소기업 규모의 언론사에 대한 조사로는 지나치게 많은 1000여명의 인력이 동원돼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해 가며 4개월 동안이나 계속됐다.

이번에 추징하기로 한 5056억원의 세금은 단일업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중소기업 수준인 언론사의 연간 매출액으로 볼 때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 신문사의 존립자체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신문사와는 매출액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현대그룹이 91년 1361억원, 93년 포항제철이 793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에 비추어보면 얼마나 많은 액수인지 알 수 있다.

세금부과 방식도 액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리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무가지(無價紙)배포 등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판촉활동과 관련해 20%가 넘을 경우 접대비로 취급해 무려 688억원을 추징했다.

세금추징액과 소득탈루의 규모, 유형 등을 공개한 것도 국세기본법 위반이다. 더욱이 고발방침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6, 7개사를 고발할 것을 검토중이라거나 사주에 대한 비리혐의가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숨겨진 예단적인 발표라 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매긴 과징금 242억원중 절반인 120억원이 3대 신문(동아 조선 중앙일보)에 부과된 것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언론이라고 성역일 수는 없다. 세금 탈루가 있었다면 이를 추징하고 잘못이 있었다면 고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전개되는 일련의 상황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우리는 이 같은 조치들이 어떤 의도로 출발했는지 언젠가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으로 본다. 우리는 이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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