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쌀때 사두자" ‥외국자본 밀물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2분


외국 자본이 국내 금융기관과 주식시장 부동산 등의 각 분야에 마치 '인천 상륙작전'을 연상시키는 속도와 규모로 밀려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타워가 미국계 투자회사인 론스타에 매각된 이후 외국 자본의 국내 진입은 다시 국민들의 높은 관심사가 됐다.

게다가 서울은행과 대한생명 현대투신증권 등 매각협상이 진행중이거나 마무리단계인 금융기관이 더 남아 있다. 또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장악력도 한층 강해지는 추세여서 외국계 자본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전분야에 진출〓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과 보험 투신 증권 등 국내 금융 전분야에 외국계가 진출하지 않은 곳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금융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주요 금융기관 3곳중 1곳 꼴로 외국인이 대주주(지분 50%이상 또는 최대주주)로 자리잡았다.(표 참조)

뉴브리지가 99년말 '헐값 매각'논란을 뒤로 한 채 제일은행을 사들인 뒤 국민 하나 한미 외환은행의 1대주주가 외국인으로 바뀌었다. 제일과 주택 외환은행의 경우 경영에도 적극 참여중.

증권은 설립자유화로 인수합병(M&A)이 가능해지면서 외국계로 경영권이 가장 많이 넘어간 분야가 됐다. 보험도 알리안츠가 99년 6월 제일생명을 인수한데 이어 메트라이프와 뉴욕생명은 국내 자본이 철수하면서 외국사로 전환됐다.

외국 자본의 진출로 국내 금융계에 미치는 입김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1대주주인 은행의 여수신 점유율은 40%(99년말)를 훌쩍 넘었다. 외국의 국내 지점과 1대주주인 증권사의 시점점유율은 21%(작년말)에 육박하고 있다.

▽주식도 싼값에 매수〓국내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외국인에게 싸고 수익성 높은 주식은 좋은 투자대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는 올들어 주가가 싼 틈을 이용해 지분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20일 현재) 외국인 순매수대금은 전년 상반기보다 48% 감소했다. 그러나 순매수수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68%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은 가치주를 공략해 현대자동차와 국민은행 삼성중공업 SK 대우조선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외국인 진출의 명암〓외국 자본이 앞다투어 들어오는 것은 국내 시장의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수석연구원은 "외국 자본은 돈을 벌 수 없을 것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IMF체제 이후 금융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했고 증시 상승의 원동력 역할도 했다. 또 투명성과 안정성 수익성을 중시하는 선진 금융기법을 국내에 도입하는 첨병 노릇도 담당했다. 한국의 고질적인 지배·소유구조를 개선하는데 나침반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외국 자본은 IMF체제 직후 전리품을 챙기듯이 싼 값에 금융기관을 사들여 자본이득을 얻었다. 당초 기대했던 선진 금융기법을 선보이지 않아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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