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루빈 前 美국무부 대변인의 '언론 상대법'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46분


“임명권자가 더 이상 믿어주지 않거나 권한을 주지 않으면 대변인 자리를 당장 그만 두라.”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하에서 국무부 대변인과 부대변인으로 8년간 수백명의 세계 각국 기자를 능란하게 다룬 ‘명대변인’ 제임스 루빈(41)의 충고다.

그는 최근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언론인은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좋은 뉴스는 웬만해서는 다루지 않기 마련”이라면서 정부 부처 대변인들에게 기사 논조에 대한 불평을 삼가라고 충고했다. ‘언론인은 비판하기를 좋아할 뿐 기사와 관련해 눈곱만큼의 비판도 참지 못하기 때문’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그는 “언론보도는 때로는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결국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회의 안전망”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언론을 적대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언제부턴가 미 국무부 대변인 사이에 전해 오는 ‘언론관련 6대 지침’을 소개했다.

1. 기사화되지 않기를 바라면 거론조차 말라〓장황한 설명을 덧붙이며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느니 차라리 입을 닫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2. 도움을 요청할 때는 딱 한 번만 하라〓한마디만 들어도 유능한 기자는 충분히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고 협조해준다는 것.

3. 속도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서둘러 취재진에 설명을 하거나 자료를 내주었다가 오히려 사태가 더 커지는 수가 있기 때문.

4. 좋은 뉴스가 없으면 좋은 음식이나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라〓취재기자는 현안 뉴스가 없으면 노는 게 아니라 ‘엉뚱한’ 뉴스를 추적하므로 관심을 딴 데로 돌리게 만들라는 뜻.

5.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결과만 공개하라〓결과를 모르면 정책 방향만 거론하라.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다면 몇 가지 사실만 언급해라. 사실도 파악이 안됐다면 일 처리 과정을 언급하라. 모든 일에는 항상 처리 절차가 있게 마련이니까.

6. 만약 좋은 뉴스거리가 있다면 얼른 ‘백악관 대변인’에게 넘겨라〓생색나는 일을 하급기관에서 모두 발표하면 상급기관의 눈 밖에 나기 마련이란 뜻.

루빈씨는 언뜻 생각하면 ‘언론 조작의 명수’ 같지만 실은 그는 지난해 4월 “훌륭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며 국무부 대변인 자리를 팽개쳐 화제에 오른 사람이다.

브리핑 룸에서 만나 결혼에까지 이른 CNN방송 기자 크리스티안 아만포(44)가 아이를 낳게 되자 직장을 버리고 가정으로 돌아간 것. CNN 런던특파원이었던 부인을 ‘모시고’ 런던에서 지내며 가끔 칼럼을 쓰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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