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 왜 인사실패 반복하나

  • 입력 2001년 5월 23일 18시 36분


이른바 ‘충성문건’ 파문으로 여론의 사퇴압력을 받아온 안동수(安東洙) 법무부장관이 취임 이틀 만에 전격 경질됐다. 그의 역대 최단명 장관 기록은 본인은 물론 임명권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다.

우리가 이미 지적했듯이 비록 개인적인 메모라 하더라도 법무장관이 ‘태산같은 성은(聖恩)’ ‘정권재창출’ 운운한 것은 그가 자격이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의 지휘를 받아야 할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이 22일 밤 늦도록 회의를 열어 안 장관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정도니 그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당초 문제의 충성문건은 안 장관과 무관한 단순 해프닝이라며 애써 여론의 화살을 외면했던 청와대와 여당이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장관 교체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충성문건 자체도 보통 문제가 아니지만 이를 둘러싼 거짓말 시비에 비추어 그의 경질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법무장관 인사 실패는 능력과 자질보다는 지역안배 등 정치적 고려에 따라 총선에서 거푸 세차례나 낙선한 정치인을 발탁한데서 비롯됐다. 법무장관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검찰 인사권을 갖고 있고 따라서 정치인을 기용하는데 신중해야 하는데도 별다른 검증없이 안 장관을 기용해 화(禍)를 자초했다.

그동안 DJ 정부는 개각 때마다 능력과 개혁성이란 인선기준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인위적 지역안배와 공동정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늘 자민련 몫이 따라다녔고 거기에서 비롯된 원칙없는 인사는 단명 장관을 양산했다. 현 정부 들어 취임한 지 2개월도 안돼 물러난 ‘문제 장관’이 안 장관을 포함해 5명에 이를 정도다.

이번 법무장관 인사 파문은 여권의 인사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총체적으로 보여 주었다. 검찰총장을 위한 법무장관 교체, 여권 내에서도 말이 많은 각료 후보 추천 경로, 미흡한 사전검증 절차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민주당에서조차 안 장관을 추천한 인사도 문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DJ는 지금이라도 편협한 시각을 버리고 넓고 투명한 인재 풀을 확보하는 한편 임명에 앞서 철저한 사전검증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DJ가 줄곧 강조해온 개혁의 성공 여부도 결국은 인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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