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경제지표 국내주가와 무관"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26분


3월에 ‘경기가 좋다’는 사람이 20명, ‘안 좋다’고 본 이가 40명이었는데 4월에 대답이 각각 25명, 35명으로 나왔다면 경기가 좋아진 것인가, 여전히 나쁜 것인가.

요즘 속속 발표되고 있는 미국 거시지표들에 반영된 미국 경제 상황이 이런 형국이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높게 나왔으나 실업률 역시 의외로 높았고 노동생산성은 6년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는 전달보다는 높았지만 여전히 경기부진 지수대에 머물렀다.

최근 국내증시에선 미 거시지표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시점을 결정하는 극단적인 동조투자가 하나의 투자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개별지표가 나올 때마다 쏟아져나오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식의 해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올들어 거시지표는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했다. 따라서 이를 직접 투자에 활용하기보다는 미국의 실물경제의 전모를 그려보는데 참고하면 족할 것으로 보인다.

▽거시지표는 장기 주가흐름에 영향을 줄 뿐〓올들어 미국에서 개별 거시지표가 중단기 주가 향방을 결정한 적은 많지 않다. 2∼3월의 추세하락기에는 지표가 어떻게 나오든 주가는 떨어지는 경향이 강했다. 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경제가 정말 안 좋구나’하면서 주식을 던졌고, 좋게 나오면 ‘금리인하가 늦춰질 것’이라며 실망매물을 쏟아내는 양상이었다. 추세상승기인 4월에는 이와 정반대로 지표와 관계없이 사자세가 몰렸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지표들이 모두 모여 미국경제에 대한 종합판단을 바꿔놓기 전에는 개별지표들은 핑계거리에 불과했다”며 “주가는 기술적 반등 및 반락에 따라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개별지표에 신경 쓸 필요 없다〓FRB의 발표문에서 언급되는 지표들이 편애를 받고 있다. ‘그린스펀이 중시하는 지표’라는 게 이유다. NAPM지수,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차례로 집중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중심지표는 줄곧 변해왔다. 어느 지표가 당대의 경제실상을 가장 잘 보여주느냐가 중요하지 언제나 무조건 중요한 지표는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표의 선행성, 동행성, 후행성도 운명처럼 정해진 것이 없고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한물 간 정보’라는 실업률도 요즘 상황에선 소비에 대해 선행성을 가질 수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돼있는 상황에서 이달의 실업률 감소는 다음달의 소비 감소로 연결될 수 있는 것.

▼최근 발표된 미국 거시경제지표▼

발표일거시경제지표기간발표치예상치전기간
4.24소비자신뢰지수
(CCI)
4월109.2(↓↓)112.0116.9
4.25내구재 주문3월3.0%(↑↑)0.5%-0.3%
4.25신규주택판매3월102만(↑↑)91만98만
4.26고용비용지수1분기1.1%(→↑)1.1%0.9%
4.27국내총생산
(GDP)
1분기2.0%(↑↑)0.9%1.0%
4.27미시간소비자
신뢰지수
4월88.4(↓↑)89.087.8
5. 1NAPM
제조업지수
4월43.2(↓↑)44.043.1
5. 3NAPM
비제조업지수
4월47.1(↓↓)50.250.3
5. 4실업률4월4.5%(↑↑*)4.4%4.3%
5. 5생산성4월-0.1%(↓↓)1.2%2.2%

※주:발표치의 괄호 안은 예상치와 전기간발표치 기준 증감을 나타 냄. ↑는 경기상승, ↓는 경기악화를 시사함. 단 실업률(*)은 정 반대로 해석.(자료:교보증권)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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