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씨티은행, '초우량' 입증…부실채권 0.5%에 불과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1분


“부실채권비율―씨티은행 0.5%, 국내은행 4―10%.”

똑 같이 국내에서 영업을 하면서도 국내은행의 부실비율이 외국계은행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부실채권이 총자산 10조원의 0.5%인 500억원에 그친데 비해 국내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4∼10%에 이르고 있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처리에는 무려 160조원의 공적자금이 쓰여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이 3월초 금융감독원과 연계해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대해정기검사를 한 결과 씨티은행의 부실채권이 5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금액도 40억원선. 이에따라 지난해 13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은 검사결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영업점은 12개, 예금은 5조원, 자산은 10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이나 자산 등 외형 규모로 볼 때 부산은행에도 못미치는 소규모 은행이다. 그러나 부실채권이나 순이익 측면에서는 초우량급이다. 그렇다고 씨티은행이 기업대출을 꺼리고 개인대출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부실채권이 적은 것은 아니다. 기업대출 비중이 60%로 개인대출 비중(40%)보다 높다.

씨티은행의 부실채권이 이처럼 적은 이유는 크게 3가지. 첫째, 금융당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철저히 상업성을 중시하며 거래기업을 선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씨티은행 검사에 참여했던 한은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주요 대출기업이 삼성 LG등 대기업과 우량중소기업”이라며 “국내 은행이 한보 대우 현대 등에 대규모 부실채권을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전세계 영업망을 갖춘 글로벌네트워크를 이용해 대출기업에 대해 철저히 사전분석을 한다는 점. 정보통신(IT)산업은 미국, 가전제품은 일본 등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업종과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평가를 한 뒤 그에 맞춰 대출기업을 선정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부실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셋째,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대출해준 기업이 부실화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한다. 씨티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한 기업체 재무담당자는 “대출을 해준 뒤 담당 은행원이 때때로 회사를 방문해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고 따지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매우 못마땅했지만 은행이 관심을 갖고 감시한 덕분에 몇차례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와관련, “97년1월 한보철강이 부도를 낸 것은 대출해준 은행들이 대출한 뒤 그 돈이 어떻게 쓰여지고 한보철강이 어떻게 경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줄이려면 대출할 때 심사를 엄격히 하는 것도 중요하나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23일 금융기관 임원과의 오찬에서 사후관리를 특별히 강조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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