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비지스,"우리의 음악은 영원하다"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43분


록 전문지 ‘롤링 스톤’ 최근호는 ‘비지스’를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20세기 팝계를 주도한 3인방 중 하나로 꼽았다.

맏형 배리(55), 쌍둥이인 모리스와 로빈(52) 등 깁가(家)의 삼형제로 결성된 ‘비지스’는 ‘비틀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인 1967년 데뷔해 70년대 디스코 전후 시대를 주도했던 그룹. 1977년 디스코 음악의 결정판인 ‘토요일 밤의 열기’ 영화 사운드트랙은 세계에서 무려 3000만장 이상 팔려 나갔다.

‘비지스’는 데뷔 35년을 맞아 최근 28번째 정규 음반을 냈다. 97년 ‘Alone’이래 4년만이다. 팝계는 이 음반을 21세기초 빅 이벤트로 여기며 그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첫 타이틀곡은 ‘This is where I came in(이 곳이 내가 온 곳)’. 가슴깊이 파고드는 멜로디와 보컬 화음 등이 전성기 시절의 ‘비지스’ 그대로다.

새음반 발표 뒤 홍보 일정으로 분주한 이들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4년만인데 그동안 활동이 궁금하다.

“세계 순회 공연으로 바빴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그룹 결성 이후 한번도 공연을 갖지 못했는데 얼마전 처음 공연을 가졌다.”

―‘This is where I came in’은 제목으로 봐서 과거로 회귀하자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지 않다. 진정한 의미로 볼 때 이 세상에서 변하는 것은 없다는 뜻을 우리 나름의 언어로 풀어본 노래다. 음악이야말로 불변이다.”

<전자음 배제 …60년대 방식으로 녹음>

―새 음반은 어쿠스틱 사운드(일렉트릭 기타 등 전기를 이용한 악기를 쓰지 않는 연주)가 돋보인다. 20세기말 컴퓨터 사운드에 대한 가르침인가.

“녹음은 60년대 녹음방식 그대로 이뤄졌다. 그것은 ‘비틀스’ 시대의 사운드에 대한 향수이자, ‘비지스’ 본연의 소리다. 라이브 음이야말로 정직한 사운드다.”

♬ 비지스 노래듣기

  - This is where I came in
  - She keeps on coming
  - Wedding Day

―‘비지스’는 ‘비틀스’가 인기 절정에 들어섰을 때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새 음반도 올해초 열풍이 불었던 ‘비틀스’의 히트곡 모음집 ‘1’에 이어 나왔는데….

“‘비틀스’의 멤버 조지 해리슨은 ‘당신들은 우리보다 늘 4년이 늦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비틀즈’를 의식한 적이 없고 ‘비틀즈’가 우리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번 음반도 그렇다.”

―‘비지스’의 라이브 무대에 대해서는 늘 매스컴의 찬사가 이어졌는데.

“노래를 발표할 때는 아이를 길러내 세상에 내보내는 심정이다. 라이브는 그 아이가 세상의 사랑을 받는데에 대한 보답이다.”

―20세기의 대표적인 가수를 꼽으라면.

“프랭크 시내트라다. 그는 로큰롤의 시작이다. 예전에 부드럽기만했던 노래를 좀더 강하고 남성적으로 만들었다. ‘오빠 부대’의 원조이기도 하고.”

―최대 히트작인 ‘토요일 밤의 열기’가 향후 활동에 부담스럽지 않은가.

“그 질문은 빠질 때가 없다. 그럴 때마다 입이 바싹 마른다. 스트레스 때문일지도. 그렇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다. 빅히트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 사회 분위기가 평화운동이 일어나고 파티가 넘치는 등 즐거웠기 때문이다.”

<여건 되면 한국 공연 가고 싶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됐는데 어떤 느낌인가.

“새천년 들어 가장 확실한 사실은 이번 밀레니엄 안에 우리들이 죽을 것이라는 점이다.”

―역대 ‘비지스’의 히트곡 중 가장 인상적인 노래는.

“‘Too much heaven’‘How deep is your love’ ‘The singer sang his song’ 등이다.”

―향후 활동 계획은. 한국의 중 장년팬들도 공연을 바란다.

“곧 ‘비지스’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를 찍을 예정이다. 또 영국 로열 앨버트홀 공연도 준비해야 한다. 한국 공연도 여건만 허락되면 가겠다.”

<허엽기자>heo@donga.com

* <음악 평론가 임진모가 본 비지스>

그룹 ‘비지스’는 40,50대 음악팬들에게 절대적인 팝 그룹이다. 60년대 당대 최고였던 ‘비틀스’나 ‘사이먼 앤 가펑클’보다 국내 애청곡은 더 많았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반응이 형편없었던 ‘Don’t forget to remember’가 국내에서는 수년간 지겨울 만큼 라디오를 탔다.

‘비지스’의 전매 특허는 주옥같은 멜로디다. 감히 넘볼 수 없는 강한 흡인력으로 듣는 즉시 귀를 감아버렸다.

한발 더 나아가 70년대 중반 이들은 흑인 디스코로 전향, ‘백인이 흑인 음악을 팔아먹는다’는 비판 속에서도 당시 최고 판매를 기록한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역사에 남는 그룹이 됐다.

팬들은 이 음반의 수록된 ‘Stayin’ alive’ ‘Night fever’ 등 디스코 리듬과 록의 파워를 조화시킨 노래에 열광했다.

이들은 특히 고음의 가성에 바탕을 둔 보컬 하모니를 또다른 주특기로 내놓았다. ‘How deep is your love’나 ‘Too much heaven’과 같은 노래의 화음은 한 뱃속에서 나온 ‘패밀리 그룹’이 아니면 도무지 불가능한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80년대 들어 급격히 위세가 약화됐지만 이들은 역사에 묻히기 거부한 채 1989년 ‘One’으로 컴백에 성공했다. 1997년에 발표한 ‘Alone’도 반응이 좋았다. ‘비지스’는 활동 35년을 기념하는 새음반 ‘This is where I came in’을 발표해 최근 지구촌을 석권한 ‘비틀스’의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임진모<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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